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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 City]1980년대 ‘혼수 예물’ 중심지… 중저가 패션 주얼리 뜨며 휘청

입력 | 2017-12-04 03:00:00

<19>영화 ‘꾼’ 속 종로 시계-귀금속 거리, 상품-사람 구름처럼 모인 운종가
조선시대부터 금-포목 거래시장… 백화점-강남 상품 고급화에 밀려
경기침체-작은 결혼식도 영향 끼쳐… 서울형 특화산업 지정 부활 꿈꿔




3일 서울 종로귀금속보석거리의 한산한 모습(위 사진). 큰길가에는 귀금속 도소매업체와 보석감정원, 전당포 등이 모여 있고, 안쪽 골목에는 도매점과 세공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영화 ‘꾼’의 주인공 황지성(현빈 분)이 장물아비들에게 시계를 훔쳐 도망하는 장소는 이곳과 인접한 종로4가의 예지금은시계도매상가다. 사진 출처 영화 꾼

12월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꾼’에서 ‘사기꾼만 상대하는 사기꾼’ 황지성(현빈)과 그의 아버지인 전설의 위조범 ‘밤안개’(정진영)의 근거지는 서울 종로 시계·귀금속거리다.

영화 초반부 황지성이 장물아비들의 시계를 훔친 뒤 도망하는 장면은 종로4가의 예지금은시계도매상가에서 촬영했다. 도주 장면은 자못 경쾌하지만, 배경에는 셔터를 내린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또 다른 사기꾼 춘자(나나)가 목걸이를 훔치는 곳인 강남의 고급 보석상점과는 분위기부터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종로 시계·귀금속거리는 종로3가 귀금속보석거리부터 종로4가 예지상가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과거 ‘혼수 예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었다. 종로는 조선시대부터 전국의 상품과 상인들이 구름처럼 모여 ‘운종가(雲從街)’로 불렸다. 운종가에서 포목과 금이 많이 거래됐고 자연스럽게 귀금속거리도 형성됐다. 1960년대 청계천변에서 시계를 팔던 상인들도 이곳으로 모이며 시계골목도 만들어졌다.

1980년대부터는 혼수 예물의 중심지로 전성기가 시작됐다. 주단·양장점이 모인 광장시장도 예비 신혼부부에겐 필수코스였다. 김금수 마을해설사(종로구)는 “종로3, 4가 한옥에 살던 사람들이 아파트, 주택으로 떠나며 기존 한옥에 금은 세공점이 들어왔다”며 “전국에서 팔리는 귀금속이 대부분 이곳에서 세공과정을 거치며 보석 중심가의 면모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해 쇠퇴하기 시작했다. 과거 보석상들은 종로에 매장을 개설했지만 점차 백화점, 세운스퀘어, 효성주얼리시티 등 귀금속 쇼핑몰로 자리를 옮기는 가게들이 늘며 상권이 흩어졌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기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작은 결혼식’ 바람이 불며 결혼예물을 간소하게 구입하는 신혼부부들이 늘었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패션 주얼리가 인기를 끌었다. 종로2가 방향의 중저가 귀금속 판매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지만 예지동 등 종묘 방향 고급 예물 판매상들은 매출이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며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도 줄었다.

최근 변화의 바람도 조금씩 불고 있다. 2013년 서울시가 “도시형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주얼리산업을 서울형 특화산업으로 지정했다. 2015년에는 귀금속거리와 가까운 종로구 서순라길에 서울주얼리산업지원센터 1관을 개관했다. 올 6월 문을 연 2관 ‘스페이스42’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판로를 지원한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꽃과 주얼리를 활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강좌도 운영한다.

시는 종로를 보행특구로 개발하면서 서순라길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한옥인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인근 공방 등과 연결해 해외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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