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이 올해 한국 합계출산율을 1.26명으로 추정하면서 분석대상 224개국 가운데 219위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다.
육아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전국 81개 군 중 52개 군이 지난해 신생아가 300명도 되지 않았다. 연간 신생아 300명은 분만 산부인과 1곳을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조선일보가 2일 보도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해 신생아가 140명인데 사망자는 그 다섯 배가 넘는 722명이다. 저출산이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수가 30만 명대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2002년 신생아수가 50만 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 만에 40만 명 벽이 무너졌다.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올해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도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은 인구보너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이 인구보너스가 사라지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부부가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는 데는 일자리와 주택 사정뿐만 아니라 일 가정 양립 환경, 남녀 육아 분담에 대한 인식 형성, 경쟁적인 교육환경 완화와 안전한 사회에 대한 기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긴 안목으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먼저다. 이참에 이 부처, 저 부처와 각 지자체가 백화점식으로 내놓고 있는 저출산 정책을 효율적으로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이 재작년 정부 안에 인구 문제만 전담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 기구를 신설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