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이집트 시나이반도는 북동아프리카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시나이반도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가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이후 이집트에 반환됐다. 시나이반도에 군대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환 조건이었다.
이집트는 시나이반도를 돌려받은 뒤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을 철저히 차별하고 소외시켰다. 반도를 점령했을 당시 광활한 지역을 통치하기 어려웠던 이스라엘이 베두인족들의 자치를 허용하고 경제적 후원을 해줬던 탓이다. 이집트 중앙정부는 베두인족에게 ‘이스라엘과 협력했던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아랍의 봄’ 기운이 이집트를 강타한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하면서 베두인족이 시나이반도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찰 병력이 수도로 집중되면서 시나이반도에 치안 공백이 커졌던 것이다.
베두인족들은 관광객들을 납치한 뒤 이집트 중앙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이들을 풀어주곤 했다. 2012년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도 순례 중에 베두인족에게 피랍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 피랍됐던 한국인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베두인족들은 “우리는 이집트 정부와 싸우고 있다. (납치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시나이반도에 이집트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으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도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집트 군인과 경찰,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공격했다. 이 같은 행태는 2013년 이집트 군부가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이후에 더욱 심해졌다. 이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된 베두인족들을 포섭했고, 시나이 지형에 밝은 이들을 통해 각종 무기 등을 밀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시나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ABM·성지를 지키는 사람들)’가 세력을 떨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알마끄디스는 2014년 2월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검문소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버스에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질러 한국인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이번 공격은 국고를 약탈하고 국민의 이익을 전혀 돌보지 않는 배신자 정권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중동 전문 프리랜서 기자인 모나 엘타하위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이집트 정부는 잔인하고 억압적으로 시나이반도를 통치했지만 오랜 반란을 진압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테러는 정부 실패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경보”라고 지적했다. 차별과 소외의 땅인 시나이반도의 토질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테러리즘의 악순환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