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기업 경영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는) 금융권에 먼저 적용하기보다 노사 문제의 논의와 합의가 이뤄진 뒤 그 틀 안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선임 안건이 부결된 지 4일 만에 나온 정부 입장이다. 공공분야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여당 중심으로 추진되는 국면에서 정부가 민간으로 이 제도를 확대하는 전제 조건으로 ‘노사 합의’를 제시한 셈이다.
노동이사제는 원래 노동자가 직접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 방식이지만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안처럼 노조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것도 노동의 경영 참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 제도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막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노동계의 이익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정작 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원적 구조로 운영하면서 노동이사는 감독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이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 1월 서울연구원을 시작으로 서울교통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등 12개 기관에서 16명의 노동이사를 영입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KB금융 노동이사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다른 상장기업에 대해 노동이사 선임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