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집을 완성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을 모시고 집들이를 했다. 아내와 직접 지은 집에 좋은 사람들과 부담 없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삼 제주에 온 뿌듯함을 느꼈다.
대화의 주 화제는 모 예능프로그램 촬영지였던 집 근처의 한 식당이었다. 몇 가구 살지 않는 바닷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방송 촬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를 두고 환영을 하는 사람도,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생겼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제주를 기억하며 머무는 사람들은 “예전의 제주가 아니다” “변해가는 제주가 너무 안타깝다”고 비판한다. 시골 마을의 경제적 발전을 원하는 사람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제 우리도 제대로 평가받고 살 만한데, 옛날 모습만 간직하면 어떡하냐” “어차피 뜨내기 육지 것들이나 조용하고 한적한 걸 좋아하지, 마을에 살면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 중 귀농의 비중은 아주 적다. 거의 대부분의 이주민이 관광객을 상대로 카페 음식점 등을 운영한다. 자신들의 영업장소 주변엔 유동인구가 많아졌으면 하면서도, 다른 곳은 한적한 모습을 간직하길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모순이다.
제주의 조용한 서쪽마을 한경면, 그중에서도 중산간 쪽에 위치한 우리 집은 처음 기초를 세울 때에는 주변에 집 한 채뿐인 고즈넉한 곳이었다. 지금은 매년 아니 매달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건물만 짓고 바로 분양해 버리는 집장사들로 인해 한적함은 점차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집에 좋은 마음을 가진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들어온다면 한적함을 잃어버리는 대신 포근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현일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