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자 A31면 ‘히잡 바비인형 첫 공개’ 기사를 읽었다. 인종 다양성 차원에서 흑인, 동양인에 이어 내년 가을 히잡을 착용한 바비인형을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금발의 바비인형을 갖고 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흑인 아이들은 흑인 바비인형을 갖고 논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흑인이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그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 흑인 아이가 흑인 바비인형을 갖고 논다는 것은 단순히 놀이의 대상을 선택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체성을 제대로 갖기 위해서라도 ‘별것도 아닌 바비인형’이라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바비인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탐색해보는 후속기사가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