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중위로 태평양에서 어뢰정을 지휘한 케네디가 체험한 전쟁은 백악관이나 펜타곤에서 바라본 것과 달랐다. 일본 군인들은 일본제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지만 미군 병사들은 살아남으려 기를 쓰는 게 역력했다는 점을 느꼈다. 케네디는 또 1962년 초 역사가 바버라 터크먼이 펴낸 1차 세계대전 기록서 ‘8월의 포성’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전쟁 후 독일의 후임 총리가 전임 총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따지자 전임 총리는 “아, 이럴 줄 그때 알았다면…”이라며 후회했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이 책과 자신의 경험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았다.
▷미국 대통령의 핵 공격 암호는 ‘풋볼(the Football)’이라 불리는 검은색 서류가방에 담겨 있다. 무게 20kg인 가방엔 핵 공격 옵션 매뉴얼과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통신장치가 들어 있다. 대통령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몬태나주와 노스다코타주 북부 평원에 있는 사일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적의 핵 공격 보고 후 대통령이 보복을 결정하는 시간은 불과 4분 남짓밖에 안 된다.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이 18일 “위법적이라고 판단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 공격 지시를 받더라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즉흥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가 마치 트윗을 날리듯 선제적 핵 공격을 명령했을 경우 예상되는 지구적 재앙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지만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면서도 위법한 공격 명령은 수행할 수 없다는 하이튼의 말에서 55년 전 케네디의 고민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