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접 민주주의” 취지 따라 국민 요구사항 답하며 정책 반영 “제사 폐지” 등 황당 청원 쏟아져… 靑 “과연 맞는 길인가” 고민 깊어
“여성이 결혼 후 불려야 하는 호칭 개선.”(2만8823명)
“경기도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제한 조례 반대.”(2만755명)
광고 로드중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0일 ‘출범 100일 대국민 보고’에서 “국민들은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정부의 정책도 직접 제안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신설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국민 소통도 강화하고 나섰다.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신설하며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청와대 내에서도 “과연 이 시스템이 맞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게시판에는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 문구 의무화’ 등 국민 제안에 따른 정책화를 시도할 수 있는 청원도 있지만 사법부나 입법부의 영역에 해당하는 청원도 많다.
‘제사 폐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축구대표팀을 맡게 해 달라’ 등 ‘막무가내 식’ 청원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청와대 참모는 “그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대통령이 (법치를 넘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왕은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등 청원 게시판이 지지층의 ‘정치 놀이터’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 로드중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직접 민주주의의 취지는 살리되 역기능은 보완하고 순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작정 ‘직접 민주주의가 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도와 방법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