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균형환율 1184원 붕괴”… 원화가치, 엔화-위안화보다 껑충 정부는 美눈치… 적극 개입 어려워→ 한은도 기준금리 방향 고민 깊어져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7∼9월) 기준 균형 환율이 1183.9원이지만 11월 평균 환율은 1116.0원으로 한국 경제가 대내외에서 경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보다 원화 가치가 5.7%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은 국내 경제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 지속, 정치 리스크 완화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 북한발 리스크가 낮아지고 한중 관계가 풀리는 기류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고 수출 가격을 그만큼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화될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10%포인트 하락하면 수출 가격은 1.9%포인트 올리는 데 그치고 나머지 8.1%포인트는 결국 기업이 손실로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올 초에 비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률은 9.7%나 된다. 수출 경쟁 관계인 일본의 엔화(3.5%)와 중국 위안화(4.8%)보다 상승률이 훨씬 커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됐다.
산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기업의 대응 수준을 넘어 추가적으로 빠르게 하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기업의 손익을 결정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을 중소기업은 1046원, 대기업은 1040원으로 보고 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097원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정부는 환율 하락에 대응해 뾰족한 수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압박을 하는 가운데 정부가 개입을 했다간 자칫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은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 놨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30일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둔화되면 한국 경제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