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스 형제/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576쪽·1만6800원·문학동네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중년의 삼남매가 고향 마을에 다시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전의 19세 아들 잭이 소말리족 난민에 대한 혐오 범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수전의 오빠 짐과 밥이 한걸음에 달려와 준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은 가족이란 명분만으로 단숨에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는 수전의 말은 형제들에 대한 낯선 감정을 잘 보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은 “두려움과 예의바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크고 작은 폭력을 저지른다. 짐이 상습적으로 동생 밥을 ‘머저리’라고 부르는 것도, 수전이 아들에게 ‘너를 빼내려고 200달러나 썼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은 타인과 나, 즉 인간의 ‘결함’을 인정해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충돌할 때 적대로 돌아서기보단 시간을 두고 인간의 불안을 포용하길 권하는 것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