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윤희웅의 SNS 민심]낙태논란… 태아 생명권인가 여성 선택권인가

입력 | 2017-11-17 03:00:00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우리 사회에서 낙태 문제는 그간 활발하게 찬반 논쟁이 이루어지는 ‘뜨거운 이슈’였다기보다는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를 꺼리는 ‘금기적인 이슈’였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코너에 낙태죄 폐지 요청 글이 올라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청와대에서 답변 조건으로 정한 청원자 수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관련 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논쟁의 봉인이 풀려버리고 공개적인 사회적 논쟁이 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낙태죄 검색 빈도도 최근에서야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3년간 낙태죄를 검색하는 빈도를 살펴보면 미미한 흐름이다가 올가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합헌 결정이 있던 2012년과 2017년의 낙태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확인이 된다. 얼핏 보면 비슷한 단어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2012년에는 애, 아이, 살인 등 태아의 생명권과 관련된 단어들이 상대적으로 상위에 올라 있다. 또 피임, 피임약, 콘돔, 책임 등 사전에 대비해야 하고 낙태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의 단어들이 더 눈에 띈다. 하지만 2017년 댓글을 보면 생명과 책임 등의 단어도 적지 않지만 낙태죄, 폐지, 인권 등 낙태 허용 쪽에 가까운 단어들이 상위권에 진입해 있음을 볼 수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관련기사 댓글에서 공감 버튼이 더 많이 눌러진 것을 비교해도 인식의 변화가 나타난다. 2012년엔 ‘너희들 행복추구권을 위해 잉태된 생명들의 자기 생명보전권을 짓밟느냐’ ‘피임을 잘해라. 태어나는 애들이 무슨 죄냐’ 등의 낙태 금지 쪽 댓글에 대한 공감 수치가 비공감 수치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반면 2017년에는 ‘왜 여자만 처벌하느냐’ ‘내 몸은 내 선택이다(my body, my choice)’ 등의 낙태 허용 쪽 글에 대한 공감 수치가 매우 높다.

이런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식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낙태죄 폐지 찬성 여론이 51.9%로 폐지 반대 36.2%보다 높게 나왔다. 남성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지만 여성에서 찬성 응답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답을 내놓아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록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지만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양단간에 결론을 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자칫 생명을 경시한다는 지적에 노출될 수도 있고, 또 종교계의 반발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재심리에 들어간 헌재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낙태 이슈가 서구처럼 이념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이라는 가치가 대립되는 문제에 청와대와 헌재는 과연 솔로몬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