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선수 시절 선동열. 스포츠동아DB
야구장은 추억이다. 건조한 건축물은 사람의 스토리가 입혀지는 순간, 따뜻함을 남긴다. 도쿄돔은 1988년 건설된 일본 최초의 돔구장이다. 일본야구의 심장이다. 이 공간이 어느덧 한국야구 역사의 일부가 됐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 역사의 지분을 가진 주역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채집’하다보니, 한국야구는 도쿄돔에서 기품을 잃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이들 덕분에 한국야구가 자랑스러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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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일본프로야구 선수로서의 도쿄돔
APBC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주니치에서 던졌다. 이 기간 98세이브를 성공시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웬만한 일본 야구관계자는 선 감독을 기억한다. 주니치는 요미우리와 앙숙이었다. 당시 주니치 감독이었던 호시노 센이치는 특히 그랬다. 요미우리만 잡을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선 감독은 1999년 7월 22일을 도쿄돔 베스트 경기로 기억한다. “만루 위기가 오자 8회부터 마무리로 투입됐다. 9회초 내 타석이 왔다.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로 안타를 쳤다. 일본에서 기록한 처음이자 마지막 적시타였다”며 웃었다. 그 이닝에 대량득점이 나와 선 감독은 9회말 교체됐다. 정작 세이브는 못 올렸음에도 도쿄돔만 오면 그 기억부터 떠오른다.
반대로 정민철 투수코치는 요미우리에서 뛰었다. 정 코치는 “도쿄돔 외야에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광고판이 여전히 있더라. 같이 뛰었던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지금 감독을 맡고 있는 것도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했다. 정 코치는 “1군에 많이 못 있었다. (주니치 타자인)이종범 코치보다 도쿄돔 경험이 적다”고 농담하면서도 “요코하마 상대로 완봉승(2000년 6월14일)도 해봤다”는 자랑은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 2006 WBC 당시 도쿄돔에서 플레이했던 이종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국가대표로서의 도쿄돔
멀게는 한일 슈퍼게임, 가깝게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리고 APBC의 전신 격인 아시아시리즈까지 우리 대표팀 코치들은 저마다 도쿄돔에 족적을 남겼다. 이강철 수석코치는 1991년 한국야구의 첫 도쿄돔 원정 멤버였다. “지붕이 하얀색 이었다. ‘어떻게 뜬공을 잡을까’라고 걱정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이제 도쿄돔 천장이 변색됐다. 고척돔 천장이 더 하얗다”며 웃었다.
유지현 코치는 선수로 뛴 한일 슈퍼게임보다 코치로 경험한 2006년 WBC 일본전을 첫손에 꼽았다. “당시 1루 코치였다. 이진영이 ‘국민 우익수’가 된 수비, 이승엽의 8회 역전홈런을 봤을 때 감정은 지금도 남아있다”고 했다. 김재현 타격코치는 SK 시절인 2007년 아시아시리즈에서 도쿄돔을 밟았다. “일본전(주니치) 홈런 등 도쿄돔에서 잘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