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방송한 JTBC ‘뉴스룸’에서 “포항 북구 쪽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예의주시해 왔다”며 “포항 쪽에 지열발전소가 있다. 그 지열발전소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미소지진이 자주 일어나 위험하다고 저희 연구진이 토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완공은 안 됐는데 4.5km 깊이까지 구멍을 2개 뚫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열발전소는 구멍 한 곳에 불을 주입해 지하 깊이까지 들어가 물이 데워지면 나오는 수증기로 터번을 돌려 발전을 하는 것이다. 외국 화산지대는 수십 미터, 수백 미터만 뚫어도 발전에 필요한 온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4.5km 정도를 뚫어야 해당 온도를 얻을 수 있다.
‘그 정도의 구멍을 지하 4.5km 깊이로 뚫은 것이 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유전이 많은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지역에서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다. 이 곳에서 석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물을 강제로 주입해서 압력을 높인 다음 암석을 파괴한다. 물을 많이 주입하고 석유를 많이 회수했는데, 그러면서 지진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를 ‘유발지진’이라고 부르는데, 예도 많고 증명이 잘 된 현상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진앙과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곳은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저희 연구진이 걱정하면서 ‘정부에 얘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위험성은 좀 검토를 해야 되겠다’고 하는 와중에 지금 이 지진이 난 것”이라며 “저희는 거기에서 지진이 날 거라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봤는데 거기에서 5.4의 지진이 났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무리가 있다)”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일정 부분은 ‘인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열발전소 때문에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고 100% 단언을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데이터를 받고 있는데, 분석 결과가 나오면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