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공산당 대외 행사 총책임자 이바누시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산당 대외 행사 총책임자인 올레크 이바누시킨이 5일 레닌 흉상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산당 대외 행사 총책임자인 올레크 이바누시킨(52)은 일요일인 5일 오후 5시경 기자가 방문하자마자 “먼저 할 말이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전체에 남은 공산당원은 14만 명,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당원은 2300여 명”이라며 “그래도 총선을 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만 표는 얻으니 아직 건재하다”고 말했다. 공산당은 하원에서 42석을 차지해 현재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 이어 제2당을 유지하고 있다.
사베르카야 거리에 위치한 러시아 공산당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에는 1991년 소련 붕괴 이전 사용하던 빨간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국기에는 농민을 뜻하는 낫과 노동자를 뜻하는 망치 주변으로 노동, 사회적 평등,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빨간색 레닌 대형 포스터, 하얀색 석고상, 빨간 목도리를 한 레닌 전신 포스터 등 레닌 얼굴만 5개가 놓여 있었다.
현실 사회주의가 패배한 것은 인정했으나 이는 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라 미숙한 운영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는 시장 스스로 결정하면 되지만 사회주의는 모든 사람의 교육, 일자리, 연금, 옷과 여가 생활, 휴가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데 우리 당원이 이를 잘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각 회사들이 인민의 생활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해 사회주의 이념이 흔들렸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바누시킨은 “젊은 부부는 집을 살 만큼 월급을 받지 못해 아이를 낳지 않고 있고, 식료품도 부족하고 공장이 부족해 실업자도 늘어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민영화된 기업들과 학교, 병원 등을 국유화한 뒤 이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년 전 낡은 레코드판을 틀고 있는 그는 내가 만난 러시아인들과 점점 생각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는 듯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