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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홍수영]측근의 염치

입력 | 2017-11-14 03:00:00


홍수영 정치부 기자

뉴스에서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의 이름을 접할 때면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오명이나마 ‘급’이 높았던 이에게 무슨 얘기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그저 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다. 현장을 쫓아다니던 ‘말(末)진’ 기자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그래서 ‘안봉근’의 의미를 쉬이 여겼는지 모르겠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전 대통령이 지역 행사에 들렀을 때다. 안 전 비서관이 한 예비후보를 박 전 대통령 옆으로 쓱 밀어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예비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사진을 얻었고 국회에 무사히 입성했다. 이제는 재선 의원이 됐다.


3인방의 또 다른 인사인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얼굴을 알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2004년 천막 당사 시절부터 10년 넘게 취재한 기자들도 대개 그랬다. 베일에 가린 그를 놓고 ‘카더라’ 통신만 난무했다. 이 전 비서관이 2014년 국회 운영위원회에 처음 출석했을 땐 실물을 보자면서 취재진이 회의장에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다.

얼굴은 몰랐지만 시쳇말로 그의 ‘미친 존재감’을 실감한 적은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 학계 인사가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당시 정책 분야를 총괄했던 안종범 의원(구속 기소)을 비롯해 캠프 주요 인사들에게 죄다 수소문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았다. “인물 리스트를 손에 쥔 이재만이 유일하게 안다.”

이들은 단순한 비서관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폐쇄적인 생활과 맞물려 3인방에게 정보와 권력이 집중됐다. ‘문고리 권력’은 그렇게 실세가 됐고 공직자 위에 군림했다. 박 전 대통령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두터운 신뢰 표시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1년여간 법망을 피해온 이, 안 전 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두 사람은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숨어 지내더니 이번에는 자신들이 단순한 ‘돈 심부름꾼’이라고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박 전 대통령을 ‘방패’ 삼은 셈이다. 사실은 당사자들만 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손과 발이 돼 왔던 문고리들과 법정에서 ‘진실 게임’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상인심 참 야박하다.

꼭 이, 안 전 비서관의 얘기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의 최대 실력자였던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모습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 의원은 자신을 제명하려는 홍준표 대표와 ‘녹취록 공방’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서 의원의 부인은 홍 대표의 부인에게 벌레 잡는 ‘에프킬라’를 선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홍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데 대한 앙갚음이다. 최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그만 덮고 가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군’은 쫓겨났는데 따라나서기는커녕 이쯤에서 끝내자는 게 군색하다.

측근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인다고 했다. 한때 측근, 실세였던 인사들의 ‘나부터 살고 보자’에 국민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럴수록 박 전 대통령은 더 초라해진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