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리머스 오클라호마 광구 르포
《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 풀을 뜯는 소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대형 풍력발전기 사이로 40m 높이의 원유 시추탑과 방아 찧듯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10m 정도 되는 로봇 팔 모양의 ‘펌핑 유닛’이 번갈아 나타났다. 셰일가스와 원유를 채취하는 시설들이다. 안형진 SK플리머스 부장은 “한국 기업 최초로 2014년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광구를 인수해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108개 유정이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시추한 ‘허버트-5-3H’ 광구. ‘윙윙’ 소리를 내는 발전기가 전기 펌프를 돌려 하루 250배럴의 원유를 지하에서 뽑아내고 있었다. 지하 1.6km 셰일 지층을 가로질러 ‘L자’ 모양의 파이프를 박고(수평 시추공법), 고압의 물줄기를 분사해 지층에 균열을 낸 뒤(수압 파쇄공법), 펌프를 이용해 지층 틈 속의 가스와 원유를 끌어올리는 식이다. 가스와 원유가 올라오는 철제 펌프 파이프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땅밑 1.6km 뚫은 ‘펌핑 유닛’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의 모습. 미국은 광물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땅 주인은 지상 임대료 외에 지하자원 생산량의 8% 안팎의 로열티를 받는다. K는 땅주인 이름의 이니셜이다. 오클라호마(헌터)=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셰일가스 개발 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안 부장은 “트럭, 물, 모래 등 셰일가스 시추 설비와 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나 오일은 탐사가 비교적 쉽고 시추 기간이 20∼30일에 불과하지만 생산비는 중동산 원유 시추 비용의 약 10배(300만 달러)가 든다. 탐사가 아닌 생산성에서 승부가 갈리는 셈이다.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량(약 3600만 t)에 맞먹는 매장량을 보유한 오클라호마에 셰일가스 광구 지분을 확보한 SK E&S도 이곳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일본 도시바와 함께 이곳의 액화시설 1기를 확보해 2019년부터 연간 220만 t의 미국산 LNG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국 찍고, 중국 시장 진출
미국산 LNG는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폴란드에 이어 리투아니아도 미국산 LNG 수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LNG 외교’를 통해 미국산 LNG 수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가스 소비를 늘리고 있는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 중국도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가스 소비량은 2022년까지 연평균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 대표는 “미국에서 경험을 쌓아 2021년 이후엔 중국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산 LNG 값은 중동산의 반값이지만, 장거리 운송비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업계에선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운임 지원 제도와 같은 대책이 거론된다.
오클라호마(헌터)·텍사스(프리포트)=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