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그대로였다. 국가 차원의 기념행사 없이 소수정당으로 몰락한 공산당을 중심으로 7일 가두행진과 집회가 열렸다. 17년째 장기집권을 통해 ‘21세기 차르(절대군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구체제와의 결별을 뜻하는 ‘혁명’의 언급 자체가 껄끄러웠을 터다. 4선을 향한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군중이 모이는 이벤트를 만들었다가 자칫 반체제 시위로 연결되면 큰일이므로.
▷러시아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자국에서 성공한 공산혁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4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48%는 10월혁명을 긍정적으로, 31%는 부정적으로, 21%는 판단보류를 택했다. 이들이 양가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혁명의 후유증을 너무도 오래, 고통스럽게 겪은 탓. 1917년 블라디미르 레닌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정권을 세우며 치켜든 아름다운 이상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자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참담한 파괴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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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