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지원’ 5개 분야 22개 작품 선정… 극단 하땅세-놀땅 등 포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연극 부문에 선정된 극단 놀땅의 ‘선을 넘은 자들’(첫번째 사진)과 극단 하땅세의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방망이’ 공연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문예위 주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작 지원 사업인 ‘2017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 발표됐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전통예술 등 5개 분야에서 총 22작품이 뽑혔는데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배제됐던 극단 백수광부, 하땅세, 놀땅 등의 작품들이 선정됐다.
하땅세의 윤시중 대표는 “2014년 세월호 집회에 우리 극단이 음향 장비를 빌려준 이후로 계속해서 이유를 알 수 없이 정부 지원 사업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이번 첫 지원 사업에서 하땅세는 연극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방망이’로 선정됐다. 윤 대표는 “지난해엔 1차 대본 심사부터 떨어져서 올해 역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극단 놀땅의 연극 ‘선을 넘는 자들’은 똑같은 작품인데도 지난해엔 떨어졌고 이번엔 선정됐다. 이 작품은 외국인, 탈북민 등 한국 사회로 이주한 이방인들의 삶을 다룬 연극이다. 최진아 놀땅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단어가 일부 수정됐거나 한 장면 정도 추가돼 거의 같은 작품인데 올해엔 지원을 받으니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혀 정치적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작품인데 ‘문재인 후보 지지 예술가 성명 1000명’에 제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갔다”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회를 놓쳤지만 뒤늦게라도 무대에 올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차민태 문예위 공연지원부장은 “신청 단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심사위원은 회의에서 빠질 수 있게 조치했고, 언론·법조계 인사들로 구성된 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연계에선 ‘예술이 정치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계 관계자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과거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반대급부 차원에서 선정되는 신종 ‘화이트리스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정작들은 다음 달 8일 무용 작품인 ‘퍼펙트 데쓰’를 시작으로 내년 3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100여 일간 공연된다. 02-3668-0007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