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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첫 공개된 ‘태블릿PC’… 최순실 “오늘 처음 본다”

입력 | 2017-11-10 03:00:00

국정농단사건 1년만에 외관 드러내




“오늘 태블릿PC를 처음 봤는데. 저는 이런 태블릿PC를 쓰지 않았다.”

9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태블릿PC 실물 검증 과정을 지켜보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검찰이 공개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 씨가 “저는 (태블릿PC를) 오늘 처음 봤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 태블릿PC 법정에서 처음 공개

국정 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가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연설문과 각종 청와대 문건이 발견된 태블릿PC의 실소유주와 증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공판에서 태블릿PC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 실무관이 태블릿PC를 봉투에서 꺼내 법정 중앙에 놓인 실물 화상기에 비추었다. 흰색 삼성전자 ‘갤럭시탭 8.9 LTE’(모델명 SHV-E140S) 기종이었다. 위쪽에는 카메라, 아래쪽에는 삼성 로고가 있었다. 뒷면엔 생산일자로 추정되는 숫자 ‘20120322’가 새겨져 있었다. 용량은 32GB, 시리얼넘버는 ‘R33C30PLGTZ’였다. 케이스 뒷면 중앙에는 긁힌 자국이, 뒷면 하단에는 깨진 흔적이 있었다.

태블릿PC 검증은 전원을 끈 채 진행됐다. 전원을 켜면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쓰는 수치인 ‘해시값(Hash Value)’이 바뀔 수 있어 외관만 검증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는 재판부에 “태블릿PC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최 씨와 이 변호사 그리고 이 변호사가 ‘검증 참여인’으로 고용한 웹 프로그래머와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법정 가운데 서서 검증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재판부가 태블릿PC에 손을 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서 최 씨 등은 법원 실무관이 들고 있는 태블릿PC를 지켜봐야 했다. 이 변호사가 데려온 검증 참여인은 스마트폰으로 태블릿PC 사진을 찍었다. 재판부는 “사진은 소송자료다.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증이 끝난 뒤 재판부는 태블릿PC를 밀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측은 “감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 “태블릿PC 조작 의혹” vs “최순실 사용”

태블릿PC는 JTBC가 지난해 10월 25일 검찰에 제출한 뒤 이날 이전까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최 씨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해왔다. 이 변호사가 처음 “태블릿PC를 실물로 보고 감정을 의뢰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태블릿PC가 최 씨 소유라는 게 입증 안 됐다”며 꾸준히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최 씨는 9일 공판에서 “처음 검사의 조사를 받을 때부터 증거 원칙에 의해 태블릿PC가 제 것인지 보고 확인했어야 함에도 보여주지 않았다. 줄기차게 보여 달라고 했는데도 안 보여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음모론을 제기했다. “고영태의 기획적인 그런 거에 검사님들도 일부 가담했거나, JTBC가 기획한 국정농단 아닌가 의심이 든다. 1년 동안 (태블릿PC) 공개를 요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변호사는 “JTBC 기자가 태블릿PC를 가져간 이후에 전원을 켠 일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전원을 켜면 저장 기록이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JTBC가 태블릿PC 발견 이후 전원을 켰는지 모르지만 검찰이 제출받아 정보 확인을 위해 전원을 켜 보고 이미징(정보를 시각화해 저장) 작업을 한 뒤에는 켠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태블릿PC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 결과 저장된 위치 정보가 최 씨 동선과 상당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과 최 씨가 ‘지금 보내드립니다’,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에 청와대 문서가 태블릿PC 이메일로 전달됐기 때문에 최 씨가 태블릿PC의 실제 사용자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측은 “이번 감정을 통해 최 씨가 태블릿PC를 썼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 태블릿PC 입수 경위 논란

최 씨는 이날 공판에서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한 경위를 처음엔 독일에서 주웠다고 했다가 두 번째는 저희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뒤 구했다고 했고 그 다음엔 고영태 사무실에서 찾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수사 초반 JTBC 측이 최 씨가 도피했던 독일에서 태블릿PC를 입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당시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자 JTBC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방송을 통해 “‘더블루K’ 사무실에서 2016년 10월 18일 우연히 태블릿PC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