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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동맹, 가까워지지 않으면 멀어진다

입력 | 2017-11-08 03:00:00

동맹은 연애와 비슷하다… 양다리 걸치다간 깨지기 쉬워
‘한미동맹 토대 위에 중국 배려’… 실제론 親中遠美가 될 우려
환대는 지나쳐도 모자라도 안 돼… 진정성 전달되는 환대 돼야




송평인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에서 중국을 배려하는 정책을 새로운 ‘조선책략’인 듯 말하고 있다. 어제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균형외교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문 대통령은 균형은 미중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 무엇의 균형인지에 대해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을 포함해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답은 중국에 대한 포커스를 흐리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대놓고 말했지만 이 정부는 겉으로 말하는 것 다르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 다를 정도로는 언사(言辭)를 관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억지스러운 이유를 달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방해하다가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돌연 사드 배치를 허용해 일관성을 저버리더니 다시 또 돌연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약속’인지 ‘입장 표명’인지를 중국에 했다. 하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코앞에 두고 나온 소식치고는 의외여서 혹시 미국의 양해하에 트럼프와 시진핑의 북핵 협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가 애써 긍정적 추측도 해봤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미국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주권 포기’ 운운하는 비판적 논평으로 곧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그의 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중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도 빌 클린턴 이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25년간 시간만 허비했다고 비판했지만 그 역시 중국이 실효적인 대북 제재에 나서도록 할 뾰족한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중국에 직접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방들을 압박해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취하려는 장사꾼 대통령이 우방으로부터 얻게 될 이익의 총합보다 더 큰 이익을 중국과의 경제 마찰로 단번에 날려버릴 거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도 “한국이 수십억 달러어치의 첨단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했다. 그 첨단 무기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전술핵 대신 핵추진잠수함과 정찰자산 등이 포함된다.

협상으로 중국의 실효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두 가지 옵션이 남는다. 하나는 군사적 옵션이다. 군사적 옵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뉴에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 손실도 감수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군사적 희생을 감수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많은 힘을 보여줬다. 실제로 사용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한 전례 없는 무력시위는 뒤집어 보면 실제 군사력을 사용하는 상황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른 하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북핵 포기와 주한미군 철수의 맞교환이라는 카드다. 어제 트럼프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맥매스터 보좌관은 키신저의 제안과 사실상 같은 중국의 쌍중단(雙中斷)으로는 북핵을 풀 수 없다며 “제재가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키신저의 제안이 당장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그로서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몰릴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중국을 태평양과 인도양 방면에서 미국 하와이-일본-인도-호주를 잇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동맹으로 봉쇄하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구상에 공감하고 있다. 그런 미국에, 일본 앞에서 대놓고 동맹은 없다고 말하고 미국과의 알력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는 한국은 점점 더 불편한 존재가 되고 있다. 한국과는 아니지만 미국과는 동맹인 나라들로부터 한국을 통한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동맹은 연애와 비슷하다. 가까워지지 않으면 멀어지는 법이다. 연인들이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반복해서 사랑을 확인하는 말을 하듯이 동맹국들도 끊임없이 유대의 돈독함을 확인하지 않으면 멀어진다. 다만 환대도 지나친 것은 국가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고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서는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