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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테러예방 첫걸음은 식당 종업원과 친해지기”

입력 | 2017-11-08 03:00:00

FBI 현장대응팀 위더홀드 팀장
“식당서 중요한 정보 얻기 쉬워… 인근 주민과도 가깝게 지내야”
한국 경찰에 테러대응법 전수




6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형사건 현장대응팀장 로버트 위더홀드 씨가 테러 현장에서 벌어진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아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9·11테러가 터지고 지휘통제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누구한테 어떤 지침을 받아야 할지, 어디로 출동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당시 동료와 친구 70여 명을 잃었는데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6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만난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형사건 현장대응팀 요원 존 스칼벡 씨가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경찰에 테러대응법을 전수하러 온 스칼벡 씨는 16년 전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스칼벡 씨는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됐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동료와 친구들은 그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전대미문의 테러에 지휘체계는 먹통이 됐다. 경찰과 소방대, 군은 같은 매뉴얼로 손발을 맞춰 훈련한 경험이 없었다. 서로 의사소통에도 애를 먹었다. 컨트롤타워가 유명무실해지자 혼란은 가중됐다. 스칼벡 씨는 “테러가 발생하고 이틀 뒤에야 지휘체계가 자리 잡았다. 나도 혼란에 빠져 그들 장례식에 가지 못한 게 지금껏 아쉽다”고 말했다.

스칼벡 씨를 비롯한 현직 FBI 요원 6명은 6∼10일 경찰교육원에서 경찰을 비롯한 테러 관련 당국자들에게 강의한다. 이들은 9·11테러를 비롯한 테러 및 대형 재난 현장에서 현장 조사와 감식을 맡는 전문요원이다.

현장 경력 30년 이상인 로버트 위더홀드 팀장은 테러 예방의 첫걸음은 “식당 종업원과 친해지기”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9·11테러 현장에 있었다. 몇 개월 뒤인 2002년 미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대응에 나섰다. 9·11테러 예방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위더홀드 팀장과 요원들은 올림픽 개막 두어 달 전부터 현장을 누볐다. 지역 경찰과 소방관, 주방위군 등과 관계를 맺었다. 실제 테러가 발생하면 깊은 유대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들은 같은 매뉴얼로 훈련했고 지휘체계도 통합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특히 식당 종업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밥을 먹었다. 종업원들이 보고 들은 것이 테러 예방의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위더홀드 팀장은 “테러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식당 종업원 같은 주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기술훈련보다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테러 안전국은 아니라는 뜻이다. 꼭 총기가 있어야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뜻밖에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예로 들었다. 당시 휘발유가 든 병에 불을 붙여 일어난 방화로 192명이 숨졌다. 차량 돌진 테러나 화학무기 테러도 예외가 아니다.

위더홀드 팀장은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한국에서도 9·11테러 같은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지금부터 긴밀히 관계 맺고 테러 대응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도 가능할 겁니다.”
 
아산=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