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15세기 중반 활판인쇄 시스템 개발 이후 목차가 상세하고 색인이 별도로 실린 책이 늘어났다. 책 종수가 빠르게 늘면서, 책 속에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온라인 지식정보가 급증하면서 검색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어권에서 지금과 같은 형식의 색인이 실린 이른 사례로, 1595년에 나온 플루타르코스의 ‘대비(對比) 열전’(‘영웅전’) 영역본이 있다.
유교 경서를 통째로 외웠던 많은 조선의 선비들은 머릿속에 경서 색인과 검색엔진을 갖춘 셈이었다. 상당수 옛 문헌을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종이책 색인의 필요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사서색인’(박헌순)이나 ‘한문사서 한글음순색인’(강성위)과 같은 색인집이 유교의 사서(四書) 연구와 활용을 돕는다.
전통 동아시아의 백과사전은 광범위한 문헌의 내용을 장르나 주제에 따라 모으거나, 어구 첫 자나 끝 자의 운(韻)에 따라 배열, 정리한 유서(類書)였다. 유서는 선집과 색인집 구실도 일부 하였다. 다만 유서 자체에는 색인이 없으며 간혹 있더라도 대부분 후대 사람들이 작성하여 덧붙인 것이다.
서점에서 책 고르는 이들은 표지와 목차, 서문을 살피고 본문을 펼쳐본다. 하지만 색인이나 참고문헌은 살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색인을 잠깐 훑어보기만 해도 책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다각도에서 읽고 폭넓게 충분히 활용하는 길이 색인에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