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2경기 9실점 최악 휴스턴 이적 벌랜더는 환상 피칭… 에이스 역할 해내며 첫 챔프반지
2014년 SI “휴스턴 2017년 우승” 2014년 6월 휴스턴의 2017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예상한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커버 인물은 이번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휴스턴의 조지 스프링어다. 사진 출처 SI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결정짓는 2일 마지막 7차전. 다저스의 선택은 다시 한 번 다루빗슈였다. 3차전에서 아웃카운트 다섯 개만 잡고 강판됐던 그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여전히 신뢰했다. 하지만 다루빗슈는 최후의 일전에서도 아웃카운트를 더 늘리지 못했다. 2회초 조지 스프링어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휴스턴에 5-0 리드를 안겨줬다. 다루빗슈의 밤은 여기까지였다.
월드시리즈 동안 다루빗슈는 2차례 선발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10개 잡는 동안 휴스턴에 9점이나 내줬다. 아웃카운트 하나당 1점 가까이 내준 셈이다. 다루빗슈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2번 연속 최악의 피칭을 하고 내려왔다. 다저스로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모험수가 자충수가 되어버린 허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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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는 휴스턴 이적 후 정규시즌에서 5승을 기록했으며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월드시리즈 전까지 4승을 챙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벌랜더는 월드시리즈에서도 다저스 수뇌부를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었다. 벌랜더는 2경기 선발 등판해 평균 6이닝씩 소화하며 자책점 3.75로 기복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순간 흐름이 승패를 좌우하는 단기전에서 다루빗슈는 흔들렸고 벌랜더는 꾸준했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벌랜더의 안정적인 투구가 없었다면 휴스턴의 2차전 연장 역전승 같은 드라마도, 휴스턴의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벌랜더의 선택은 개인적으로도 신의 한 수였다. 2006년 신인상을 시작으로 2011년 트리플 크라운으로 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사이영상을 휩쓸었지만 디트로이트 시절 2006년, 2012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셔 월드시리즈 우승컵이 없었다. 벌랜드는 휴스턴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서야 드디어 야구 인생에서 부족했던 단 하나, 우승 반지까지 손에 넣었다. 7차전 승리 후 벌랜더는 약혼녀인 세계적인 모델 케이트 업턴과 입을 맞추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달 중순 결혼할 예정인 벌랜더가 명실상부한 ‘모든 걸 다 가진 사나이’가 된 순간이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