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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CEO’ 유지해 안정속 쇄신… 이재용 체제 본격 시동

입력 | 2017-11-01 03:00:00

[삼성전자 세대교체]




‘안정 속 세대교체.’

삼성전자가 31일 단행한 부문장 인사를 요약하는 키워드다. 삼성전자는 이날 DS(Device Solutions·부품), CE(Consumer Electronics·소비자가전), IM(IT&Mobile communications·IT모바일)으로 나뉜 3개 사업 부문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사업부장들을 신임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DMC(완제품)와 DS(부품)로 나뉘어 있던 사업을 2012년 12월 3개 부문 체제로 재정비한 이래 현재까지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3개 부문 체제로의 변화를 주도했던 인물이 이재용 부회장”이라며 “회사가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3인의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해 사업의 연속성을 지키면서 수장 교체를 통해 인적 쇄신을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신임 부문장은 모두 50대로 각자 입사 이래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전문성을 키워 왔다. 현업에서 큰 변화 없이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기남 신임 DS 부문장은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에 입사한 이후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 부문 반도체총괄 사장을 역임한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다. 김현석 CE 부문장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에서 쭉 경력을 쌓아온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11년 연속 글로벌 TV 1위 달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고동진 IM 부문장은 무선사업부 개발실 팀장과 실장을 지내며 신종균 사장과 함께 ‘갤럭시 신화’를 일궈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날 오전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사회에서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은 이사진에 먼저 용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은 “올해로 회사에 입사한 지 39년째”라며 “회사가 최고 실적을 냈을 때 물러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사장은 “후임자들이 삼성의 미래 성장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윤 사장과 신 사장은 각각 2011년 12월 이후 CE 사업부와 IM 사업부를 이끌어 왔다. 권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사장은 내년 3월까지 대표이사 직위와 이사회 이사 직위는 유지한다.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62)도 이날 함께 사퇴했다. 이 사장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이날 사외이사들로부터 권 부회장 뒤를 이을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등기이사였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내이사 명단에서 빠졌다. 이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부문장 3명과 함께 등기이사로 추대된다.

이사회에 참석한 A 사외이사는 “평소와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한 것은 지금처럼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어려운 시기에 사장단과 사내이사진을 모두 한 번에 바꾸면 대외적으로 불안하게 비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내이사가 한 명 늘어났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내년 주총에서 사외이사도 한 명 추가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4명, 사외이사는 5명인데 사내이사가 5명으로 늘면 사외이사 과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도 늘려야 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 결과로 ‘이건희 세대’ 인물이 모두 물러나고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면서도 아버지의 인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소폭의 인사만을 단행해 왔던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재 철학을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부문장 인사에 이은 사장단 인사를 가급적 이번 주 내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3개 부문장이 모두 교체된 만큼 후속 세대교체 인사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FO를 비롯해 사업부장 자리들이 공석이 됐기 때문에 추가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 부회장 사퇴로 CEO가 공석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낸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이 인사를 마무리하면 이달 중으로 금융 및 물산 등 비전자 계열사들도 인사를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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