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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취업 면접때 입을 정장 빌려드립니다

입력 | 2017-11-01 03:00:00

건대입구 ‘열린옷장’ 취준생에 인기




한만일 열린옷장 대표가 취업준비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장대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류 통과됐다’는 통지에 기쁜 마음도 잠시…. 면접을 앞둔 청년 구직자들은 옷 걱정을 하게 된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며 사계절 내내 정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쪼들리는 구직자들이 춘하추동 정장을 모두 사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공유옷장 서비스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에는 사무실을 여는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입장했다. 옷을 고를 때 붐비지 않도록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데, 그만큼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옷장지기’로 불리는 직원과 자원봉사자 10명이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정장을 권했다. 신체치수를 정확하게 재어 주는 코너가 있어 팔길이, 허리둘레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한번 기록되면 나중에는 택배서비스로 집에서 정장을 받아볼 수도 있다.

4일간 빌리는 데 여성용 정장은 세트(재킷·스커트·블라우스·구두)로 3만 원, 남성은 세트(재킷·바지·와이셔츠·넥타이·벨트·구두)에 3만2000원만 내면 된다. 직장인들이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고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하루 7000∼8000원의 비용에 면접 준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졸업사진을 찍을 때 정장을 사기가 부담스러워 이곳을 방문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2012년 1월 문을 연 열린옷장은 새 양복이 아닌, 기증받은 양복을 손질하고 세탁해 내놓는다는 점에서 기존 렌털 서비스와 다르다. 기증자들은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선배’들이 많다. 한만일 대표(36)는 “처음에는 ‘누가 남이 입던 옷을 빌려 입겠느냐’고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사무실에 빼곡하게 쌓인 손편지들을 보여줬다. 기증자 3000명과 정장을 대여한 취업준비생 1만5000여 명이 쓴 사연들이었다. 기증자들은 “제가 금융회사에 입고 가서 합격한 양복인데 다른 사람에게도 면접 때 좋은 기운을 줄 것이다” “지금은 살이 조금 쪄서 못 입지만, 어머니가 맞춰주신 좋은 양복”이라며 사회 후배들의 건승을 빌었다.

서울시 역시 청년들을 위해 ‘취업날개서비스’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에 사는 청년들은 연간 10회까지 무료로 정장을 빌려 입을 수 있도록 대여 비용을 내준다. 서울시 일자리포털에 회원가입을 하고 열린옷장 예약 신청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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