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2501.93 마감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훈풍과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2,500을 돌파했다. 코스피 출범 34년 만이며 2007년 7월 종가 기준으로 2,000을 넘긴 지 10년 3개월 만에 2,500 고지를 밟았다. 올 7월 2,400 돌파 후 주춤하던 코스피는 북핵 리스크 완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형주 쏠림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추가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승세가 중소형주로 확산돼야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도 온기가 전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코스피, 아직 저평가…상승 여력 충분”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30포인트(0.21%) 오른 2,501.93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2,513.87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1626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318조 원 늘어난 것이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은 5000억 원어치 이상 순매수를 합작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정보기술(IT)주 훈풍이 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81%, 1.79% 올랐다.
코스피가 2,500 시대를 열었지만 기업 실적과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많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제지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9.2로 33개 주요국 가운데 러시아(6.2), 터키(8.0)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중국(13.8), 대만(14.1), 일본(14.6)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코스피가 세계 증시 가운데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7월 2,400 돌파 뒤 코스피를 박스권에 머물게 했던 대외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주춤하던 자동차, 화장품 등 관련주들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면 북핵과 사드 긴장감이 동시에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31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 등 기업들이 주주 배당을 확대하는 분위기도 코스피 3,000 시대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낮은 배당성향과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 등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 중 하나였는데,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대형주→중소형주, 온기 확산이 과제 남은 과제는 일부 종목에 한정됐던 상승세가 얼마나 다른 종목으로 확산되느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가 이끈 상승장을 이어받을 후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IT 업종이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면 증시가 한꺼번에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주 위주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개미들은 여전히 차익 실현에서 소외돼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2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7일 기준 11.66%에 그쳤다. 코스피 연간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등 20종목 중 11종목은 연초보다 주가가 내렸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많이 사들인 2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38.48%와 35.80%였다. 강중재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 PB팀장은 “최근 코스피가 신기록 행진 중이지만 개인투자자의 신규 유입은 거의 없다”며 “지난해보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의 성적이 더 양극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내년까진 글로벌 호황을 쫓아갈 국내 증시의 체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IT나 제약·바이오, 정유·화학 등 주도주 위주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 팀장도 “아직 대형주의 온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확률을 보고 대형주 위주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