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 12대 LG 감독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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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올 시즌을 6위로 마치자마자 프런트와 현장을 아우르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대변신을 시도했다. 선수 출신인 송구홍 단장이 한 시즌 만에 2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하고 양상문 감독이 단장으로 이동했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류중일(54) 전 삼성 감독의 영입이다. 삼성 유니폼만 30년을 입은 류 신임 감독의 LG 사령탑 취임은 KBO리그 36년 역사를 통틀어서도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류 감독은 13일 공식 취임식을 치르자마자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로 1.5군급 선수들을 불러 모아 훈련에 돌입했다. 31일부터는 일본 고치로 장소를 옮겨 마무리훈련을 이어간다. 고치 마무리캠프에는 총 31명의 선수가 합류한다. 11월 28일까지 진행될 마무리훈련을 앞둔 류 감독을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으로 경력을 쌓은 까닭에 LG 사령탑 취임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LG는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팀이다. 내가 맡아서 신바람 나는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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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쉬고 싶지 않았다. 삼성을 떠난다는 사실에 주변에서도 많이 놀랐지만, 야구는 어디에서든 똑같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LG와 롯데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많은 팬들이 야구를 사랑해주실 것이다. 즐겁게 하려고 한다.”
-LG가 아닌 다른 팀에서 감독직을 제의했더라면 받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다. 먼저 제안해준 팀이라면 어디든 갔을 것이다.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었다.”
-LG 사령탑을 제안 받았을 때 부인의 반응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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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 손주인과 재회했는데 특별히 나눈 얘기가 있나.
“(차)우찬이 (손)주인이는 내 홍보대사다(웃음).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아니까, LG 선수들한테 나에 대해서 많이 얘기해줄 것이다. 주인이는 선수들한테 ‘감독님이 펑고 치면 죽는다’고 말하더라.”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 12대 류중일 LG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 후 기념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제국, 류중일 신임 LG 감독, 박용택, 차우찬.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내년 스프링캠프까지는 팀을 파악해야 할 텐데,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하면서 어떤 모습을 보았는가.
“밖에서 봤을 때와 달리 굉장히 젊은 팀이다. 야수들 중에선 박용택, 정성훈, 손주인 등 몇몇 고참을 빼면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 중에서 여러 명이 내년 1군 멤버로 올라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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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젊은 선수들은 좀 부진하더라도 일단 믿으면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도 안 되고, 팀도 안 된다.”
-코치 시절까지 여러 선수들을 키워냈지만, 감독으로선 ‘가을야구’만 전문으로 했다. LG에서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재미있다. 지금도 며칠 함께 훈련해보니 좋다. 신바람 나게 야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력에서 어떤 부분을 우선 보강해야 한다고 보나.
“발 빠른 외야수가 없다. 기존 전력에선 빠른 발을 살려 좋은 외야 수비력을 갖춘 선수가 부족한 편이다. 안익훈이 괜찮아 보이는데, 군에 입대한다. 2차 드래프트 때 (발 빠른 외야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구단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 전문 대주자 요원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삼성 시절에는 강명구를 전문 대주자로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 LG에도 필요하다.”
-코칭스태프에는 제법 변화를 줄 생각인가.
“야구는 어디든 마찬가지다. 큰 차이는 없다. 여기(이천)에서 좀 훈련하면서 살펴보고 대화를 나눠보니 훌륭한 코치들이 많다. 약간의 차이에 대해선 대화를 통해 내 생각을 잘 전달하려고 한다. LG 감독이 되고 나서 트레이닝 부분만 좀 바꿨다. 종전에는 트레이닝 파트만 있었는데, 트레이닝 파트와 트레이너를 구분했다. 김현욱, 곽현희 코치가 트레이닝 파트를 이끈다. 트레이너는 기존대로다. 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야구를 한 선배가 훈련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게 선수들을 지도하는 편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트레이너들은 부상방지를 비롯해 경기나 훈련 중 발생하는 부상치료를 맡는다.”
류중일 감독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 12대 LG 감독 취임식에서 양상문 신임 단장에게 꽃다발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단장(양상문)이 감독 출신이라 오히려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문제될 일이 전혀 아니다. 야구는 감독이 하지 않나. 단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없다. 같은 야구인이라 오히려 얘기가 잘 통할 것이다.”
이천 |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