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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언급’ 정상회담 조건 내걸어… 靑, 수위 놓고 고심

입력 | 2017-10-27 03:00:00

[한중관계 해빙 조짐]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 열쇠인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2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24일 폐막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기간 중 한국 정부에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중국 측에 다양한 채널로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있다.

○ ‘사드 언급’ 수위 놓고 고심하는 靑

관건은 선결 조건이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전직 주중 대사 등을 만나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중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정부는 사드 관련 입장을 발표할지, 만약 한다면 어떤 수준까지 담을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중국의 제안 뒤 외교·안보 부처 실무자들을 불러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 자리에서 ‘주변국인 중국의 이해 없이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수준의 메시지를 포함시키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유감 수준의 표현을 넣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차 언급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는 것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정부의 입장 발표는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 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고,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으로 이어지는 게 청와대가 그리는 시나리오다.

○ 한중 관계 순풍 부나

24일 필리핀 클라크 아세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영민 주중 대사는 24일 주중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올해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답방 형식으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사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가) 어두운 터널의 끝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장수 전 주중 대사가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도 한중 사드 갈등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징후가 감지됐다. 외교 소식통은 “김 전 대사가 이임 인사차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면담할 때 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 이제 사드 국면은 지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위한 양국 논의 과정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북핵 해법은 물론이고 경제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은 2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보고하면서 “중국의 사드 제재로 인해 경제성장률 감소분은 마이너스 0.4%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참모들은 “사드 문제가 잘 풀린다면 올해 4분기나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 “낙관론·저자세 경계” 목소리도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대회를 끝낸 중국이 과거보다 부드러워진 것은 맞지만 물밑 접촉 과정에서 중국은 “사드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집착해 주권과 직결된 사드 문제에 저자세로 나올 경우 국내 여론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여러 면을 고려해 한중 관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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