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자택 정원서 숨진채 발견… 흉기에 얼굴-목 찔려… 다툰 흔적 경찰, 인근 CCTV서 용의자 확인… 임실서 붙잡아 조사중… 범행 부인 용의자 업소, 윤송이 집과 800m 거리… 중개하며 부친과 알게 됐을 가능성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사건 현장 근처를 걸어가는 모습이 한 모텔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채널A 화면 캡처
26일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5분경 전북 임실군 덕치면 국도 27호선에서 허모 씨(41)가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양평서는 차량 확인을 통해 허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휴대전화 위치를 파악한 뒤 전북 순창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밤늦게 허 씨를 양평으로 압송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허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서울 강남에서 주로 부유층을 상대로 고급 부동산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가 최근까지 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부동산중개업소는 윤 사장과 김 대표의 자택에서 직선거리로 800m가량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약 5분 거리다. 경찰은 허 씨가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윤 사장의 부친 윤모 씨(68)와 알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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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벤츠 차량은 25일 오후 9시 57분경 공터 옆 모텔 주차장에 들어섰다. 차량에서는 윤 씨가 아닌 다른 남성이 내렸다. 약 2시간 후 남성은 벤츠 차량을 공터로 옮긴 뒤 흰색 i30 차량으로 옮겨 타고 서울∼양양 고속도로로 향했다. i30 차량의 주인이 허 씨다. 이 차량에서도 혈흔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윤 씨는 25일 색소폰 동호회에 참가해 저녁을 먹은 뒤 오후 7시 20분경 일행과 헤어졌다. 동호회 관계자는 “윤 씨가 집에 가서 먹겠다며 가게에서 막걸리 2통을 사서 귀가했다”고 진술했다. 허 씨의 모습이 처음 확인된 건 이보다 앞선 오후 5시 10분경. i30 차량이 윤 씨가 사는 마을 입구 CCTV에 찍혔다. 오후 7시 25분 윤 씨 차량이 같은 경로를 통해 집으로 향했다. 이어 오후 8시 11분경 허 씨 차량이, 8시 48분에 윤 씨 차량이 각각 마을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때 윤 씨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윤 씨는 한국증권금융 임원을 지냈다. 윤 씨 부부는 10년 전 은퇴한 뒤 양평에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현재 가족과 함께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던 윤 사장은 급히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1993년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한 뒤 KAIST 수석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학위를 받아 ‘천재 소녀’로 불렸다. 2004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 시절 김 대표와 만나 2007년 11월 결혼했다.
양평=남경현 bibulus@donga.com·최지선 /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