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의 적폐 청산과 조직 쇄신을 위해 6월 출범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의 민간위원들이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2개월여 동안 회의를 16차례 열고 국정원 내부 비밀자료를 3차례 들여다본 사실이 드러났다. 개혁위는 8월 24일까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사이버외곽팀’ 운영사실 확인 결과와 세계일보 보도문건 관련 의혹 조사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녹취록 등 국정원 내부자료를 열람했다. 이 기간 매주 한두 번 국정원에서 회의를 열면서도 출범 후 두 달 열흘이 지난 8월 29일에야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았다. 법적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민간인에게 국정원이 비밀자료를 제공한 셈이다.
개혁위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민간위원으로 전 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소장, 전 감사원 사무총장, 학술단체장, 대학교수 등 7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정원 전·현직 간부 5명까지 모두 13명이다. 국정원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비밀이 담긴 자료는 해당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중 업무상 관계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민간위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들여다본 것은 국정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정원 측은 “보안각서를 썼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 식이라면 회의 때마다 보안각서를 받으면 될 일인데도 뒤늦게 비밀취급 인가를 해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수 야당에선 “권한이 없는 외부인이 국정원 비밀문건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