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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브레이크] ‘휴식’ VS ‘경기감각’의 실체

입력 | 2017-10-27 05:30:00

KIA 선수들이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경기 종반 패색이 짙어지자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정규시즌 종료 후 20일 넘게 휴식을 취한 KIA는 1차전에서 두산에 3-5로 패했다. 오랜 휴식은 경기감각을 떨어뜨리는 독이었을까. KS 직행팀의 영원한 숙제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단일리그가 다시 시작된 2001년 이후 2016년까지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섰다. KBO리그는 양대 리그인 메이저리그, 일본과 달리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는 1위부터 5위까지 각각 차등되는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 1위 팀의 가장 큰 강점은 충분한 휴식을 통한 완벽한 전력의 정비다. 그러나 경기감각이라는 함정이 항상 존재한다.

2001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유이한 시즌 1위 팀의 패배는 첫 해와 2015년이었다. 모두 3위 두산이 1위 삼성을 꺾고 KS 정상에 올랐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2001년 두산과 2015년 두산 모두 플레이오프(PO)를 통해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KS에 올랐다는 점이다.

2017년 KS무대에서 두산은 2001년 이후 네 번째로 시즌 1위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25일 1차전에서 두산은 KIA를 5-3으로 꺾었다.

현장에서 야구를 지켜본 각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공통적으로 “KIA 타자들이 아직 정상적인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IA 포수 김민식의 투수리드도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정감 있는 수비를 자랑하는 KIA 2루수 안치홍은 결정적 실책을 했다. KIA는 10월 3일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이날 1차전은 무려 22일 만에 실전 경기였다. 경기 감각은 타격과 투구보다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KS 초반 정 반대 키워드로 변수가 된 ‘휴식’과 ‘경기감각’의 실체는 무엇일까.

25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1차전 4회초 1사 1,2루에서 두산 양의지의 내야땅볼 타구를 KIA 2루수 안치홍이 놓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베테랑도 다리가 떨리는 가을야구

한 베테랑 타자는 “신인 때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데 애국가를 부르다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옆에 있던 최고참 선배를 쳐다봤는데 표정은 근엄해도 다리를 떨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긴장이 싹 풀렸다”며 웃었다. 선수 뿐이 아니다. 감독, 코치들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두산 오재일은 “경기 감각은 타격보다 수비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연습경기를 해도 첫 번째, 그리고 심하면 두 번째 PS 경기까지 마치 개막전 뛰는 느낌이 난다. 수비, 송구 때 더 불안한 마음이 들고 타격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 KS는 그런 부담을 PO에서 다 지우고 와서 더 편하다”며 “물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위 팀 투수들의 공은 정말 좋다. 공 끝이 시즌 막바지와 다르다. 그러나 타자 입장에서는 앞선 PO에서 충분히 에이스 투수들의 공을 상대했기 때문에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두산 투수 유희관은 “투수도 꼭 장시간 휴식이 좋은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말했다. 유희관은 “시즌 때 로테이션에 몸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6일 이상 휴식은 오히려 좋지 않더라. 물론 푹 쉬면 스피드도 더 나오고 볼 끝도 좋다. 그러나 제구력, 변화구의 감각 등이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무척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감각은 단 한 경기 만에 되찾아지기도 하고 길어지면 3~4차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11번째 우승을 노리는 KIA의 급한 숙제, 반대로 두산에게는 시리즈 초반 상대를 압박하는 강력한 무기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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