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 실적 분석
《 기업들의 3분기(7∼9월)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수출 위주의 중간재 산업은 호조를 이어갔다. 반면 자동차와 유통 등 최종 소비재 업체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호실적을 거둔 기업들에 대해서도 ‘깜짝 호황’에 심취하는 것을 경고하는 배경이다. 》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확산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특히 서버용 D램에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며 “4분기(10∼12월)에도 인터넷 데이터 센터 업체들의 지속적인 투자로 서버 D램의 수요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기초소재 부문은 미국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주요 경쟁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배터리 부문도 2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내며 적자 늪을 완전히 벗어났다. 전기차 업체에 대한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사업구조를 개선하며 실적도 활기를 띠었다.
철강과 화학은 4분기에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향후에도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수요 성장 등으로 철강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도 LG화학의 4분기 전망에 대해 “배터리 부문 성장세와 전자, 생명 부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은 24조201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2042억 원이었다. 3분기 국내 공장에서 생산 차질을 빚은 물량은 3만8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상이익(1조1004억 원)과 당기순이익(9392억 원)은 1년 만에 각각 26.4%, 16.1% 줄었는데 이는 중국 판매량 감소가 결정적이다. 그나마 9월 중국 판매량이 8만5040대로 8월보다 60%가량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국내에서 코나와 G70 등 신차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고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 부진이 여전한 점, 10월 긴 추석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었고 노사 간 임금협상 상황에 따라 지난해 같은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은 위험 요소다.
LG전자는 가전과 모바일 분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매출 15조2241억 원, 영업이익 5161억 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영업이익은 82.2% 늘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역대급’ 영업이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HE사업본부는 영업이익 4580억 원을 벌어 영업이익률은 분기 사상 최대인 9.9%를 기록했다. 반면 모바일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영업손실 3753억 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전자장비)부품 분야 VC사업본부는 매출액 8734억 원, 영업손실 290억 원을 기록했다.
산업부 종합 / 정리=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