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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가을통신] 매 순간이 간절, KIA 박진태가 쓰는 감동 드라마

입력 | 2017-10-27 05:30:00

KIA 박진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 유망주로 꼽히던 소년이 있었다. 그는 또래들처럼 야구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워낙 어려웠던 탓에 그럴 꿈조차 꾸지 못했다. 야구부 회비도 밀렸다. 정상적으로 훈련을 받기 힘들었다.

그래도 소년은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꿈을 키웠다. 마침 2008년 LG 구단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서울 지역 중학생 10명에게 1년치 야구부 회비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성남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소년도 그 혜택을 받았다. 자칫하면 꿈이 꺾일 뻔했던 유망주 투수에게는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소년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4번)에서 KIA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시리즈(KS) 무대까지 밟게 된 우완 사이드암 박진태(23)가 그 소년이다.

박진태는 프로 첫해인 올 시즌 38경기에 등판해 1패3세이브2홀드, 방어율 6.55의 성적을 거뒀다. 정규시즌 기준 총 128일간 1군에 머물며 KIA 마운드에 적잖은 힘을 보탠 공을 인정받아 KS 초대장까지 받은 것이다.

KIA 김기태 감독도 “(박)진태가 3이닝 세이브도 하고, 팀이 크게 지고 있을 때나 투수가 부족할 때, 상황을 가리지 않고 자기 몫을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박진태의 간절함이 통한 결과다.

“문득 어려웠던 때가 생각난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동기부여도 된다. 그때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그 간절함이 무뎌진다 싶으면 마음을 다잡았다. 날씨가 추워지니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박진태의 회상이다.

데뷔 시즌부터 KS 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올해 KS 엔트리에 포함된 순수 신인도 박진태와 이정훈(이상 KIA), 박치국과 김명신(이상 두산)의 4명뿐이다. 박진태는 KS 엔트리 진입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솔직히 신인이니까, 야구할 날이 더 많으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규시즌에도 그런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정말 기쁘다. 특히 정규시즌 우승 확정 등 기분 좋은 순간이 많은데, 그 순간을 팀과 함께해 영광이다.”

대화 말미에 박진태는 가을을 추억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을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오면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지니 야구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KS 우승을 하고 싶고, 무엇보다 정규시즌부터 KS까지 팀에 보탬이 되고 필요했던 존재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박진태의 말 마디마디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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