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호프집 관리실장 양경순 씨 ‘위기 청소년의 대모’로 불려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지도상담… 27일 ‘위기 청소년 힐링콘서트’ 열려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 때 공무원 비리를 입증할 물증을 본보에 제보한 양경순 씨(오른쪽)가 위기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양경순 씨 제공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되는 김금희 작가의 소설 ‘경애의 마음’ 한 대목이다. 인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경애는 친구들과 ‘그’ 호프집에 있다 간신히 살아났지만 경찰과 교사, 친지들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되자 유령 같은 아이로 자란다.
양 씨가 제공한 경리장부를 토대로 호프집 공무원 비리를 특종 보도한 동아일보 1999년 11월 3일자 기사. 동아일보DB
26일 만난 양씨는 “사장이 돈 버는 데 귀재였지만 악질이었다.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구타하고 괴롭히면서 급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용돈이나마 벌기 위해 나온 학생들은 착했지만 집안이 불우한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의 호프집을 회상했다.
양 씨의 남자친구도 당시 주방에서 일하다 연기에 질식돼 숨졌다. “실장님∼” 하고 따르다 세상을 떠난 여러 단골 학생의 모습도 생생하다고 한다.
양 씨는 “동아일보에 경리장부 복사본 일체를 주고 나자 다른 언론사는 물론 경찰에게도 시달려서 지방으로 피신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무렵 행사기획과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회봉사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는 “화재사건이 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사회에 긍정 에너지를 보태면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 중학교 1학년이던 첫딸과 학교 앞 교통안내 봉사부터 시작했다. 다른 두 자녀와도 태극기 나눠주기, 공공행사 지원 등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양 씨는 시민 100여 명이 주주인 협동조합 ‘좋은 부모로’ 이사이기도 하다. 좋은 부모로는 27일 오후 6시 반 인천 부평구 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 ‘위기 청소년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연다.
힐링 아티스트로 유명한 박정소 팝페라 가수가 자신의 도움으로 성장한 보육원 출신 성악가 얘기를 곁들인 토크콘서트를 펼친다. 수익금은 최근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극적으로 살아난 여고생 치료비와 미혼모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010-6472-6889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