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생에너지 정책 현장을 가다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재활용할 수 있는 벨기에 브뤼셀 환경보호국 건물. 브뤼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벨기에 브뤼셀 환경보호국 건물에서 근무하는 쥘리앵 도뇌 씨의 말이다. 10월 벨기에 날씨는 한국 초겨울과 비슷하다. 하지만 6일 방문한 지상 7층, 지하 1층 건물 안은 난방을 돌리지 않아도 땀이 흐를 만큼 더웠다. 비결은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한 설계. 외벽을 유리와 단열재로 둘렀을 뿐 아니라 지붕엔 태양광 패널, 바닥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설을 갖춰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재활용하고 있다.
유럽의 건축물에서 이런 재생에너지 시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9년부터 모든 공공기관 건물, 2021년부터 모든 일반 건물에 ‘제로 에너지 빌딩 기술’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로 에너지 빌딩이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생산하는 에너지(+)의 최종 합이 0(제로)이 되는 건물로, 재생에너지 시설을 구비한 곳이다.
유럽연합은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유럽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0년까지 유럽연합 회원국은 총 최종에너지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환경청 제공
EU집행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 정책 담당자에게 “EU는 어떻게 각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있느냐”고 묻자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각 회원국의 에너지믹스(발전 종류별 비율)는 각자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고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 EU는 각국에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치를 주긴 하지만 나라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총 최종 에너지 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0년 목표치가 각각 49% 대 14%로 3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 밖에 건물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의무화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기술, 바이오 디젤 같은 새로운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전방위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주EU·벨기에 대사관에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최지영 상무관은 “현재 EU 발전투자의 85%가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 전기 소비자에서 ‘생산 소비자’로
독일의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은 이런 에너지 프로슈머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기준 831개 에너지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약 18만 명이 시민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평균 최소 출자금은 50유로(약 6만7000원)로 문턱이 낮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조합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님비(지역이기주의)로 인한 갈등을 줄이고 지역주민이 직접 발전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경기 안산시가 대표적이다. 2012년 설립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발전소 8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내 개인주택과 아파트 1185가구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2030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말 기준 안산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은 9.3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뤼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