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폭행 왜 잦나
최근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폭행, 성추행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실제 부산대병원에서는 전공의 11명이 지도교수로부터 2년 넘게 폭행을 당해 논란이 됐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전북대병원은 2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최근 전공의들이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요 병원 전공의들과 병원 관계자,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일련의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닌 병원 내의 ‘구조적’ 문제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1768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은 병원 내 교수에게 성희롱을, 10명 중 2명은 구타 등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을 정도다.
현재 주요 병원의 실세인 50대 전후의 의대 교수들 역시 폐쇄적 갑을 문화 속에서 교육받았다. 한 의대 교수는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내가 공부할 때는 매일 병원 옥상에서 ‘줄빠따(줄줄이 몽둥이질)’를 맞았다”며 “옥상에 올라가면 한쪽은 산부인과, 한쪽은 외과 등 전공마다 맞고 있어 ‘머리 박아’를 할 공간이 없었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공의들은 하소연한다. 대학병원 전공의 B 씨는 “폭행한 교수가 간단한 징계만 받은 후 다시 복귀한다”며 “이후 신고한 제자들에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전공의들은 피해를 숨기고 자포자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북대병원은 가해자인 지도교수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전공의들을 상습폭행한 부산대병원 교수는 정직 3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문제가 된 지도교수와 지도받는 전공의가 분리되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지도교수에게 폭행을 당해 수련 병원을 변경할 때 해당 수련병원장의 승인 없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법을 개정해 정부가 이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주요 병원들은 ‘의사들의 윤리, 도덕성 등을 이유로 징계’하도록 하는 내규를 갖췄지만 ‘교수와 전공의 간 폭행, 성추행’ 등 교육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병원들이 문제가 발생해도 교수 편을 들며 어물쩍 넘기는 이유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