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논란]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그러나 시간강사와 기간제 교사 등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전환율은 64.9%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믿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정규직 전환 방법은 노사 자율로 정하게 한 탓에 기관별 노사 갈등은 물론이고 노동계 내부에서 노노(勞勞)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전환 규모, 예상보다 4만 명 늘어
정규직 전환 규모가 늘면 예산과 국민 부담도 당연히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 전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5년간 약 4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환 규모를 이 중 60%가 넘는 20만5000명으로 확정하면서 수조 원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공공기관 332곳 가운데 230곳이 적자를 보고 있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고용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시 호봉제(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증가) 적용을 금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임금과 복리후생은 그대로거나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는 또 직종별로 임금과 수당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표준안을 11월까지 만들어 각 공공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파견·용역의 경우 직접고용 전환 시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등을 절감해 인건비로 활용하면 추가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고용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총 등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와 호봉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정부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노사 및 노노 갈등 커질 듯
하지만 상당수 노조는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은 ‘진짜 정규직’이 아니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민노총은 이 문제를 동투(冬鬪)의 핵심 이슈로 끌고 갈 태세다.
이 때문에 각 공공기관에서 노사 분쟁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는 전환율이 65%에 그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전교조와 교총이 반대한 것처럼 노노 갈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고용부는 노동전문 교수, 변호사 등 총 500명 규모의 팀을 구성해 주요 사업장에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컨설팅팀 구성의 노조 편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들이 노사 및 노노 간 갈등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비정규직 제로의 의미는 처음부터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며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한 분야는 그대로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갈등이 크게 불거질 소지가 있으면 2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