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나비남 프로젝트’ 인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보건지소에서 독거남들이 명란젓두부찌개를 만들기 위해 요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언뜻 사설 요리학원 수업처럼 보이지만 양천구가 신월1동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독거남 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집밥요리교실 강좌다. 주로 홀로 지내며 끼니를 부실하게 챙겨 먹기 일쑤인 이들 독거남이 서로 어울리며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올 7월 시작했다. 매달 한두 차례 수업한다. 이날이 다섯 번째 수업인데 참석률이 평균 80%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시큰둥했다. 구에서 요리강좌를 들으러 오라고 했지만 “요리는 무슨…. 차라리 밑반찬을 좀 보내주세요”란 반응이 대다수였다. 겨우겨우 참석한 독거남들이 안응자 요리선생님의 수업을 한 번 듣더니 상황이 반전됐다. 안 선생님의 친근하고 재미난 수업 방식이나 따라 하기 쉬운 요리법에 관심이 부쩍 솟구친 것이다. 신월1동에 사는 독거남은 동주민센터에 전화해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셔 잠들지도 모르니 수업 1시간 전에 꼭 깨워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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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자들도 수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서툴게나마 파와 미나리를 썰던 정우철 씨(55)는 “여기서 배운 요리를 집에 가서 가끔 손수 해먹는다. 좋은 정보도 얻고 좋은 형님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범석 씨(75)도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 아니냐. 다른 구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요리를 마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다 같이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요리수업이 있는 날은 아예 아침을 거르고 오는 사람도 있다. 참가자들은 “손수 만드는 음식이 무척 맛있어서 그렇다”며 웃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요리를 곧잘 따라 하셔서 실제 맛도 아주 좋다”고 덧붙였다. 남은 음식은 나눠서 각자 집으로 가져간다.
이 프로그램은 50대 이상 독거남을 위한 ‘나비남 프로젝트’ 중 하나다. ‘나비(非)남’은 ‘나는 혼자인 남성이 아니다’의 줄임말이다. 또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듯, 독거남도 자유롭게 의지를 펼칠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요리 프로그램은 나비남들이 심리적,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요리교실은 11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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