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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론자’ 갈루치 前 특사 “北-美 조건없이 대화 나서야”

입력 | 2017-10-16 22:01:00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16일 연세대 통일연구원 초청으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가진 특강에서 “지금은 군사적 충돌이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대표적인 ‘대북(對北) 대화론자’이자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그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이듬해 북핵 위기를 일시 봉합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협상만이 신뢰감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차관보나 국무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협상에 북-미가 ‘조건 없이’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역량을 더 보여준 뒤 미국과 대화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최대한 ‘몸값’을 높인 뒤 협상에 뛰어들 거란 관측이다.

또 갈루치 전 특사는 “제재만으론 북한 핵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협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제한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제한한다든가 해서 (조건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선 “어떤 주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만이 줄 수 있는 경제적인 그런 것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북 문제 해법을 놓고 ‘엇박자’를 낸 것을 두곤 “미국 내에선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역할을 나눴다는 분석도 있고, 두 사람의 인식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내 생각은 후자”라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특강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 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배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강이 끝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결국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전향적으로 협상의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강 후 30분가량 문 특보와 토론을 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에서 질의응답으로 대체됐다. 문 특보는 “요즘 말만 하면 논란이 돼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갈루치 전 특사의 생각이) 내 생각과 똑같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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