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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27억… 200명 자립 도운 ‘기부 대모’

입력 | 2017-10-16 03:00:00

[저소득 아이들 ‘영웅’을 찾아]<1>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




저소득층 아동 200여 명과 결연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기부자 중 최고액인 27억여 원을 후원한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이 15일 경기 남양주시 박물관에서 자신의 기부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남양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62·여)은 20년이 더 지난 1996년 2월을 잊지 못한다. 인생의 변곡점이었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TV 다큐멘터리였어요. 부모가 안 계신 다섯 남매 이야기가 나왔죠. 17세 첫째 아이가 밥과 김치찌개를 만들고, 동생들이 알아서 밥을 먹는 모습에 순간 ‘내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잘 키웠으니 이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을 돕자’고 다짐하게 됐죠.”

동아일보는 내년 창립 70주년을 맞는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많은 아동을 돕는 고액 후원자를 소개하는 ‘저소득층 아이들 영웅을 찾아’를 보도한다. 첫 번째 주인공인 김 관장은 지금까지 27억 원 넘게 기부한 ‘기부계의 큰손’이다. 그를 15일 경기 남양주시 프라움악기박물관에서 만났다. 그의 남편은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이다.


김 관장은 1996년 다큐멘터리를 본 뒤 곧바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연락했다. 이어 200여 명의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조건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때까지 돕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이었다. 이를 위해 기부한 금액은 지난달까지 27억1600만 원이다.

“후원하는 아이들과 가끔 불고기 파티를 해요. 그때 가장 기쁜 말은 아이들이 ‘저도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얘기예요. 기부는 마치 ‘바이러스’ 같아요. 금세 확산되죠.”

김 관장은 자신의 ‘기부 DNA’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서울 용산에서 개원의를 하셨는데 돈이 없는 사람은 무료로 진료하셨어요. 사람들이 고마워서 쌀이라도 가져오면 ‘나중에 돈 벌면 갚아라’고만 말씀하셨죠.”

김 관장에게 기부란 무엇일까. “기부는 행복이죠. 기부를 하면 나는 물론이고 주변, 나아가 세상이 행복해지잖아요. 테레사 수녀 효과처럼요.”

그렇다고 김 관장이 무턱대고 남을 돕는 건 아니다. 그는 “막연하게 ‘어렵다’며 현금을 달라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하지만 그때 돈을 주지 않고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김 관장은 또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책임지는 것 역시 기부자의 중요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기부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재단 상담센터(1588-1940, www.childfund.or.kr)로 문의하면 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