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에 경구 투여하십시오.”
꿀 같은 연휴. 애꿎게 목감기가 찾아왔다. 딱히 병원 찾긴 그렇고. 마침 문을 연 약국에서 기침약을 샀다. 뻔한 알약, 하루 3번 2알씩. 근데 우연히 읽은 복용법에 살짝 멍했다. ‘경구 투여.’ 먹으란 소리 같긴 한데. 설마 딴 데 넣으란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해서 휴대전화 음성비서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연락처에 경구란 사람은 없다”란다. 또 당황했다. 학교 선배 이름인데 왜 없지. 어쨌든 국어사전 끝자락에 쓰인 경구(經口) 뜻은 이랬다. ‘약이나 세균 따위가 입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감.’ 그럼 투여는 또 뭐야. ‘역전앞’도 아니고.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