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잊은 사람들
추석 전날인 3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학원은 공무원시험 준비에 여념 없는 청년들로 가득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추석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8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청년들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상징하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학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24·여)도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학원에 있었다. 강의실은 이미 공시생으로 가득했다. 김 씨는 시험이 50일가량 남아 긴장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일은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자리를 잡아야겠다”며 “저녁에는 학원이 문을 닫아 근처 대학 도서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오 무렵 노량진 명물인 ‘컵밥’ 가게들은 공시생들로 북새통이었다. 한 가게 사장은 “역대 최장 연휴라지만 시험 준비생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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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표 학원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연휴 내내 불야성이었다. 학원들은 각종 ‘추석 특강’을 내세우며 쉼 없이 움직였다. 학원 앞은 여느 때처럼 자녀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 차로 정체를 빚었다. 박모 양(18·고3)은 명절이면 부모님 고향인 대전에 갔지만 올해는 가족 모두 가지 않았다. 대전의 할아버지는 “명절보다는 손녀 대학 진학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박 양은 “친구들과 ‘코인 노래방’에 잠시 들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날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행락객을 맞는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땀을 흘렸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상당수 근로자 역시 긴 휴식은 꿈같은 얘기였다. 지하철 근로자가 그랬다. 서울 강남구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 기관사 218명 가운데 이번 연휴에 92명이 일했다. 5일 만난 22년 경력 최병진 차장(50)은 ‘징검다리 근무’로 연휴 기간에 6일을 일한다. 이날도 오전 근무를 한 최 차장의 옷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충남에 있는 아버지 산소 벌초도 못했다. 그는 열차 운전을 하며 “추석 때 쉬지는 못해도 추석 연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는 안내 방송을 틈틈이 했다. 이날 오전 그의 코멘트는 “가을볕에 알곡이 익어가듯 풍요로운 추석에 가족과 함께 웃음 풍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였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