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관광’으로 한국관광 2.0시대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의 한 한방 스파. 벨기에에서 온 토마스 메르만스 씨(31)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왼손으로는 22가지 한약재를 발효시킨 추출액이 든 병을 하나하나 짚었다. 사상의학(四象醫學)에 따라 체질을 분류하기 위한 오링 테스트(손가락 근력을 측정해 특정 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방법)다.
메르만스 씨의 체질은 소음인(少陰人).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하며, 돼지고기와 버섯 등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에 메르만스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한국의 사상의학은 처음 들었는데, 평소 내 습관과 잘 들어맞아 놀랐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500조 원 규모 웰니스 관광 첫발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웰니스 관광 25선’을 처음 선정했다.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최신 관광 트렌드인 웰니스는 규모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웰니스 관광의 규모는 4386억 달러(약 500조 원)로 전체 관광 산업의 14% 규모다. 웰니스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에 비해 2.8배 더 많은 2066달러(약 240만 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한방 등 전통 문화와 뷰티, 스파 등 현대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 자원을 결합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암행·현장평가,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한방 △치유 명상 △뷰티 스파 △자연·숲 등 4가지 테마를 정하고 홍삼과 한방 화장품을 이용한 스파, 편백나무와 효소 등을 이용한 찜질방, 숲과 해수 온천 등 25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인숙 관광공사 의료웰니스팀 차장은 “한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정해 관광객들이 한국 문화 속에서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광고 로드중
선정된 곳은 제주 충북 경남 등 전국 13개 지역에 고루 퍼져 있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함께 체류하면서 의료업, 숙박업 등 연관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작 단계인 만큼 개선해야 할 점도 적잖다. 실제 방문한 두 관광지에는 간단한 외국어 표지판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서비스 종사자의 영어 구사능력도 아직 전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에 부족한 편이었다. 메르만스 씨는 “한약재 등의 이름이 생소해 직원의 설명을 들어도 어떤 치료를 받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독특한 콘텐츠를 소개할 표준화된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한국 웰니스 관광 브랜드를 정립하고, 외국어 표지판과 통역 서비스 등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더 많은 웰니스 관광지도 발굴한다. 김영주 관광공사 홍보팀장은 “‘관광에 문화를 입힌다’는 새 슬로건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