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신 이유는 뭘까요?”(교사)
“백성들이 마음껏 소통하라고요.”(학생들)
“그렇다면 한글날을 맞아 우리가 그 뜻에 맞게 소통하고 있는지 봅시다.”(교사)
이날 학생들이 가장 먼저 한 활동은 일명 ‘텔레파시 대화’다. 방식은 이렇다. 1반 학생 30명이 두 명씩 짝을 지은 뒤 서로 등을 맞댄 상태에서 A4종이를 접고 찢는다. 총 세 번을 접고 두 번을 찢어야 하는데 한 학생이 먼저 접고 찢으며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말로 설명한다. 그러면 짝꿍은 귀로만 설명을 들으며 이를 따라한다. 예를 들면 ‘종이를 세로로 놓고 반을 접은 뒤 오른쪽 모서리를 조금 찢어’라는 말을 듣고 이를 실행하는 식이다.
활동이 끝난 뒤 종이를 펼쳤을 때 두 사람의 A4종이가 같은 모양이면 소통에 성공한 것.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그 모양이 전혀 달라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 교사는 “어쩌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부모님이 한 말을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순간 교실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강 교사가 “좋은 마음으로 한 얘기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자 학생들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청(傾聽)’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들을 청’자에는 ‘눈 목(目)’과 ‘귀 이(耳)’, ‘마음 심(心)’자가 같이 들어있는 만큼 몸을 기울여 눈과 귀,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경청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평소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줬는지, 기쁨을 줬는지 생가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른바 ‘좋은 말 친구, 나쁜 말 친구’ 역할극을 통해서다. 강 교사는 눈을 감은 학생들의 머리에 ‘키가 작은 친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 ‘뚱뚱한 친구’ ‘게임중독 친구’ 등 특정한 상황을 설정한 머리띠를 씌웠다.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을 향해 좋은 말 또는 나쁜 말을 던졌다. 머리띠를 쓴 학생들은 자신의 머리에 씌워진 역할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친구들의 말을 들어야 했다. 쉽게 던진 말이 다른 이에겐 상처 또는 위로가 됨을 체험하는 활동이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