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르노삼성자동차에게는 달콤한 기억이다. 지난 2014년 기적처럼 등장해 판매 부진을 겪던 르노삼성을 구함과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유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QM3가 한국에서 통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르노 본사에서 들여온 100% 수입차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책정한 것이 주요했다. 당시 QM3는 유럽에서 캡처라는 이름으로 약 3000만 원(2만1100유로)에 판매됐는데, 한국으로 수입하면서 드는 운송비와 관세 추가에도 최저 2250만 원부터 가격이 매겨져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소형 SUV 차종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찾는 수요가 꽤 많았다. 이미 쉐보레 트랙스가 출시된 상태였지만 연료효율성과 힘이 부족한 가솔린 모델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큰 반향을 얻지 못했고, 디젤차 QM3가 이 같은 갈증을 해소시켜주면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확대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QM3 이후 곧바로 티볼리가 나오더니, 올해엔 코나·스토닉이 새롭게 경쟁 대열에 합류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시승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안양과 부천, 일산 등 수도권 일대를 돌아오는 총 300km 구간을 시승했다. 서울 도심과 자유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고속구간을 달렸다. 과천 서울대공원 방향 곡선주로에서도 QM3의 주행 성능을 파악해봤다.
외관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같다. 다만 외관 색상에 검정과 오렌지 계열의 색상을 추가했다. QM3는 소형 SUV 중에서 투톤 컬러를 가장 먼저 시도했다. 취향에 따라 아이보리, 블랙의 지붕 색상과 마린블루, 오렌지, 카본그레이 등의 차체 색상을 조합할 수 있다. 가장 최상급 트림에는 쇼콜라브라운, 에투알화이트, 소닉레드 등의 색상도 선택 가능하다. 여기에 검정과 오렌지 계열 색상을 추가해 운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꾸미도록 했다.
차체는 전장(차의 길이) 4125mm, 전폭(차의 폭) 1780mm, 전고(차의 높이) 1525mm다. 경쟁 차종들과 비교하면 다소 작은 사이즈다. 뒷좌석 공간은 평균 체격의 성인 남성이 앉기는 넉넉지 않았다.
내부 역시 투톤 디자인을 적용, 블랙 컬러와 아이보리 컬러를 조화롭게 배치해 실내 분위기를 한결 화사하게 연출했다. 여기에 나파 가죽 시트와 크롬 인테리어까지 더해져 프리미엄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버튼 등 꼭 필요한 버튼만 있었다. 조수석 앞에 있는 글로브박스는 서랍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다. 이와 함께 12리터 대용량 슬라이딩 글로브박스인 매직 드로어·더 깊어진 다기능 컵홀더·대시보드 상단 수납함·도어 포켓·운전석 암 레스트&센터 콘솔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스토리지 공간이 고객 선호에 맞춰 일부 개선됐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전동시트 기능은 이번에도 빠져 등받이나 좌석 위치를 수동으로 조절해야했다. 또한 스티어링휠을 감싸는 소재 매듭 마감이 거칠어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손바닥이 쓸리는 느낌을 받았다.
곡선주로에서 QM3는 민첩한 반응을 보였다.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주행 궤적을 벗어나는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스티어링휠은 운전자 조작대로 빠르게 반응해 원하는 위치에 차를 올려놓았다.
시승을 마친 뒤 연비는 총 17.4km/ℓ를 기록했다. 고속과 도심주행 비율이 5대5로, 급정거와 급가속 등 거친 주행을 감안하면 연료효율성이 뛰어난 편이다. 소형 SUV인 만큼 골목길 통과나 주차가 한결 수월했다. QM3 트렁크 적재 공간(377ℓ)은 경쟁 모델인 코나(360ℓ)와 스토닉(320ℓ)보다 넓어 짊을 싣는데 유리하겠다.
뉴 QM3 가격은 △SE 트림 2220만 △LE 트림 2330만 △RE 트림 2450만 △RE 시그니쳐 트림 2570만 원이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