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 551억달러 사상 최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 수출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이 늘었다. 그러나 ‘반도체 하나 억지로 붙들고 (수출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반도체에 기댄 측면이 컸다.
하지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동향’을 뜯어보면 주요 수출 품목의 고른 수출 증가가 눈에 띈다. 철강(107.2%) 반도체(70%) 석유화학(41.5%) 선박(38.7%) 등 한국 수출의 기둥 제품들이 대부분 큰 상승 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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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출 실적에서 또 하나 고무적인 측면은 시장이 다변화됐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액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이 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수출액은 91억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상승했다. 아세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중간재 부품을 대거 현지에 수입했기 때문이다. 중국(135억 달러·23.4%), 미국(66억 달러·28.9%), 베트남(47억 달러·69.4%), 중남미(35억 달러·65.2%)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월 수출액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통관을 앞당기는 바람에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년이라면 10월에 수출할 것을 9월에 수출한 ‘물량 밀어내기’의 효과가 컸다는 뜻이다. 또 작년에는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9월 조업일수가 2.5일 더 많아 수출액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수출액 증가가 물량 증가보다는 금액 상승 영향이 더 컸다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모두 가격 상승 덕을 봤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출액 증가세가 잦아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것도 향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KOTRA가 발표한 4분기(10∼12월) 수출선행지수는 59.7로 3분기(7∼9월)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수출선행지수는 해외 바이어와 주재 상사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한국의 수출 경기를 예측한 지수다. 수출 증가에 대한 조정이 4분기에 일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4분기부터 세계 통상 환경이 악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며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