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 여성 운전금지 국가 내년 6월부터 운전면허 허용… ‘개혁 아이콘’ 살만 왕세자 영향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도 드디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국내외에서 지탄을 받아온 사우디가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이와 같은 내용의 칙령을 발표하고 30일 내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6월부터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동안 정부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금지했으며 여성이 차를 탈 경우 남성 후견인이나 운전사가 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내년 6월 전까지 정부는 여경 및 여성 운전강사 추가 고용 등 여성 운전 환경 인프라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사우디 여성단체들은 약 10년 전부터 여성도 자동차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2014년에는 사우디 여성운동가 루자인 알 하슬룰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차를 몰고 사우디 국경을 지나려다 붙잡혀 7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사우디 내 보수 성직자들은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2일에는 한 성직자가 ‘여성이 쇼핑을 하러 갈 땐 뇌의 크기가 남성의 4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일정 기간 종교 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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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