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임대주택에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가득 쌓여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은 술에 의존하며 생활했으며 집 관리에 아예 손을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청소를 마친 뒤 집에서 나온 쓰레기만 5t에 달했다. 수원시 제공
집 안이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현관부터 방, 거실, 화장실까지 60m²(약 18평) 남짓한 집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남매의 엄마 C 씨(32)는 평소 자신의 아버지가 집 안에 들어오는 걸 한사코 거부했다. 외할아버지는 이날 처음으로 쓰레기로 가득 찬 집 안을 봤다. 거실에는 컵라면 용기, 비닐쓰레기, 과자봉지, 옷가지 등이 뒤섞여 있었다. 화장실에는 사용한 휴지가 한쪽 벽에 천장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밥솥 안에는 곰팡이가 기승을 부렸고, 싱크대에서는 말라붙은 음식물 쓰레기가 악취를 뿜었다. 빈 맥주 페트병 수십 개와 소주병 등도 널려 있었다. 지난해 1월 입주한 C 씨가 술에 의존하며 집 관리는 아예 손을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할아버지 요청으로 현장을 찾은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쓰레기로 온 집 안이 뒤덮여 있고 악취가 코를 찔러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살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20일 관할 보건소 직원 및 봉사단원들과 함께 대청소를 하고 장판과 벽지 등을 교체했다. 이때 나온 쓰레기만 5t에 이르렀다. 남매는 현재 외할아버지가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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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갔던 C 씨는 15일 만인 27일 집으로 돌아왔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는 옷차림에 뭔가가 두려운 듯 옥상에 숨어 있다가 주민들에게 발견됐다. 경찰관이 전후 사정을 물었지만 횡설수설하는 답변만 거듭했다.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C 씨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진료를 받게 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시킬지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C 씨가 술을 가까이하면서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C 씨 재정상태를 파악해 체납 공과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남매도 정신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남매는 C 씨에 대한 애정이 깊고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