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中> 3년째 임용경쟁률 미달… 수도권 1일 생활권의 그늘
《 지난해 강원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0.58 대 1. 당초 초등교사 242명(장애학급, 특수학교 교사 제외)을 선발하려 했으나 최종 선발된 인원은 109명에 불과했다. 강원도는 3년 연속 초등교사 미달 사태가 빚어져 현재 임용대기자가 ‘0명’이다. 이처럼 신규 교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직 교사 이탈도 심각하다. 지난해 강원도 현직 교사 90명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강원도를 떠나는 교사 수가 강원도에 새로 임용된 교사 수와 맞먹는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교사가 필요한 68개 학교 중 26개 학교만 신규 교사를 배치했다. 나머지 42개 학교는 부랴부랴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탈(脫)강원 현상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
○ 영동→영서→수도권 연쇄 이동
서울~춘천 매일 4시간 출퇴근 교통 발달로 수도권과 강원도가 ‘1일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강원 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8일 오후 5시경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교 교사 박현숙 씨(왼쪽)가 동료 교사와 함께 남춘천역을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씨는 매일 ITX를 타고 서울 자택에서 남춘천역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한다. 춘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8일 찾은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교에선 교사 26명 가운데 4명이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서울 출신으로 강원도 임용시험에 합격했거나, 결혼 후 생활근거지가 서울인 경우다.
교사 박현숙 씨(42)는 매일 서울 강변역 인근 집에서 남춘천초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려 출퇴근한다. 오후 4시 50분 교실을 나서는 박 씨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5시 15분 남춘천역을 출발하는 ITX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뛰다시피 걸어야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씨가 춘천 거주 대신 서울 출퇴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중2 아들 때문이다. 박 씨는 “유난스럽게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낯선 곳으로 전학시키기 어려웠다”고 했다.
경기 지역 교사였던 박 씨는 2000년 남편 발령에 따라 강원도에 있는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다. 동료들이 “나중에 (경기 지역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6년 전 남편 근무지가 다시 바뀌어 경기도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 경력 교사 떠난 자리 신규 교사가 채워
강원 철원군 A초교에서 근무하는 오모 씨(50)는 “근무 지역이 철원→춘천→철원을 반복하고 있다”며 “철원에서 벽지 근무 가산점을 쌓아 자녀가 중고교를 다니는 동안 춘천에서 근무한 뒤 다시 철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영동 지역에서 원주시 B초교로 옮겨온 교사 김모 씨(35)는 “주말마다 수도권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춘천·철원=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