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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방탄소년단…힙합키즈에서 출발, 글로벌 아이돌로 주목

입력 | 2017-09-24 16:22:00


[동아 DB]

‘방탄소년단’이 컴백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더는 없다. 중·장년 직장인도 방탄소년단의 그룹명을 듣고 방탄조끼나 소년 병사를 떠올리지 않는다. ‘드렁큰 타이거’쯤에서 대세 래퍼의 이름을 따라가길 포기한 이에게도 방탄소년단의 래퍼 ‘랩몬스터’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들의 노래 또한 ‘상남자’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쩔어’ 등 한 번쯤 들어본 제목의 곡들이 상당하다.

곡 제목만 유명한 게 아니다. 패스트푸드점, 피트니스클럽, 쇼핑몰 등 상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인기 대중가요 리스트에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빠짐없이 올라 있다.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한 번 들으면 ‘이게 얘네 노래였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사랑 노래 시리즈, 기승전결의 ‘승’ 들고 컴백방탄소년단은 9월 18일 새로운 시리즈 ‘LOVE YOURSELF’의 첫 앨범 ‘承 Her’를 발표했다.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이 앨범에 팬들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앨범은 사랑이란 감정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방탄소년단 스타일로 해석한 곡으로 채워졌다.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개인적 경험을 담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 보내는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앨범은 9개 곡과 2개 스킷(짧은 구성의 사운드)으로 총 11곡을 담았다.

신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9월 18일 오후 6시에 발매된 이번 앨범은 발매 전 국내 선주문 최종 112만2946장으로 집계돼 선판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된 19일 첫날 판매량이 45만 5888장에 달했다. 2월 내놓은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이 발매 후 일주일 동안 37만3700여 장 판매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이번 앨범은 이 기록을 하루 만에 깼다.

글로벌 앨범차트 반응도 고무적이다. 발매 직후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73개국 아이튠즈 앨범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이는 한국 가수 사상 최다 기록이다. 또 타이틀곡 ‘DNA’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 만에 3000만 건 조회 수를 돌파했고, 한국 가수 역대 최단 기간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조회 수 2000만 건을 돌파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조명했다. 9월 19일 미국 애플뮤직 비츠원(beats1) 라디오에선 에브로(Ebro)가 진행하는 힙합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 랩몬스터의 전화 인터뷰를 내보냈다. 에브로는 미국 내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과 애플뮤직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인기 DJ. 인터뷰에서 그는 랩몬스터에게 앨범 제작에 관한 내용과 올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스 댄스 리코딩상을 받은 체인스모커스와 협업 배경 등 여러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에 대한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에 방탄소년단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슈가는 “앨범이 나오기 전 얼마나 팔릴지 멤버들끼리 얘기하는 편인데, 직전 앨범이 70만 장 정도였으니 이번에는 한 80만 장 들어오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기사로 선주문량을 접하고 우리도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주제를 ‘사랑’으로 잡은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방탄소년단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허함에 대해 고민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랩몬스터는 “요즘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통로로 접하다 보니 남들 사는 것에 더 신경 쓰며 사는 시대가 됐다. 어딘가에서 ‘많은 사람은 사랑을 착각하고 헤맨다’는 글을 봤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도 사랑할 수 없다. 자기를 사랑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결국 많은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해 앨범 콘셉트를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드러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앨범 시리즈 ‘LOVE YOURSELF’의 기승전결 가운데 ‘승’을 먼저 발매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국은 “사랑에 빠졌을 때 서로에게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이 기승전결의 ‘승’이라 생각했다. 이번 앨범은 몰입의 순간을 이야기하고 다음 앨범에서 다른 과정을 풀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기획해 2013년 데뷔한 보이그룹이다. 방 대표는 2000년대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썼다. 비의 ‘나쁜 남자’ ‘I Do’, god의 ‘하늘색 풍선’ ‘니가 필요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등이다. 방 대표는 2005년 기획사 빅히트를 설립했고, 이후 완전히 독립해 2AM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방시혁 프로듀서가 기획한 첫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2013년 방시혁 대표(왼쪽)가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첫 보이그룹으로 데뷔했다.[동아 DB, 조영철 기자]


방 대표는 2011년 보이그룹 결성에 나섰으며, 2년 뒤 방탄소년단이 7인조로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의 뜻은 ‘총알을 막아내는 소년들’로, 10대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고 편견과 억압에 시달릴 때 방탄소년단이 그것을 막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데뷔 당시에는 힙합을 메인으로 하는 아이돌그룹이었다. 멤버들의 데뷔 나이는 17세부터 22세까지로 평균 19세였는데, 첫 앨범 주제로 청소년의 생각과 사랑, 꿈을 다뤘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인 ‘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 등 3개 앨범에서 방탄소년단은 중고생이 겪는 일반적인 경험을 토대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가사로 풀기도 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10대를 지적하는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데뷔곡은 ‘No More Dream’으로 강렬한 힙합 키즈의 스타일링과 칼군무 등으로 힙합 아이돌의 면모를 드러냈다. 프로듀서로 이름난 방 대표가 꾸린 아이돌그룹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에는 자주 출연하지 못했다. 이에 이들은 콘텐츠를 만들어 SNS로 팬과 소통하는 쪽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방식이 ‘방탄밤(BTS Bomb)’이라 부르는 1~2분짜리 짧은 동영상이다. 유튜브에 ‘BANGTAN TV’ 채널을 개설한 이들은 방탄밤 섹션을 만들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짤막한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대다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기 마련인데, 방탄소년단은 신인 시절부터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방탄밤에는 대기실에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 무대 뒤에서 어떤 모습인지, 촬영 중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등 방탄소년단의 소소한 일상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방탄밤을 올리는데, 동영상 클립 수가 383개(9월 20일 기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은 ‘활동을 하지 않는 시기에도 팬들과 소통에 적극적인 은혜로운 아이돌’이라는 뜻의 ‘혜자소년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SNS 활동 덕에 데뷔 2년 차인 2014년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고, ‘SKOOL LUV AFFAIR’에 수록된 ‘상남자’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 인지도도 올라갔다.

케이팝(K-pop)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도 서서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2014년 일본에서 데뷔곡 ‘No More Dream’ 싱글을 냈을 때 오리콘 차트 3위를 기록했다. 당시 첫 월드투어도 진행했는데,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13개국 18개 도시에서 관객 8만여 명을 동원했다.

발표 곡마다 히트, 명실상부 최정상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전매 특허와도 같은 팬서비스 동영상 ‘방탄밤’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미니 농구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뷔의 영상(오른쪽).[유튜브 캡처]

방탄소년단은 2015년 들어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이들은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높은 ‘초통령 그룹’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화양연화(花樣年華)’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끄는 아이돌로 등극했다. 이 앨범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뜻의 ‘화양연화’라는 타이틀에 맞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양연화 pt.1’의 타이틀곡 ‘I NEED U’는 강렬한 힙합 색깔을 걷어내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반복되는 중독성 있는 리듬으로 히트를 쳤다. 또 같은 앨범에 수록된 ‘쩔어’도 강렬한 비트와 칼군무로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멤버들이 경찰, 직장인 등 여러 직업군의 제복과 슈트 등을 입고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유튜브 조회 수가 쭉쭉 올라갔다. 이후 ‘화양연화 pt.2’ 앨범 수록곡 ‘RUN’, ‘화양연화 Young Forever’ 앨범 수록곡 ‘불타오르네’ 등도 크게 인기를 끌면서 정상급 아이돌로 등극했다.

이때부터 해외 차트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다. ‘화양연화 pt.2’는 빌보드 171위를 기록하며 방탄소년단 앨범 가운데 처음으로 빌보드에 진입했고, ‘화양연화 Young Forever’는 빌보드 차트 107위를 달성해 두 앨범 연속으로 빌보드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또 ‘화양연화 Young Forever’는 미국 아이튠즈 메인차트 34위, 메인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FOR YOU’ ‘I NEED U’ ‘RUN’도 오리콘 차트 1위를 달성했다.

3장의 시리즈 앨범이 대박을 터뜨리고 난 뒤에도 이들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 2집 ‘WINGS’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뮤직비디오 공개 이틀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달성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대세 아이돌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이들의 유튜브 공식 채널의 뮤직비디오 리뷰에는 한국어보다 영어, 아랍어, 일본어 등 세계 각국의 팬들이 올린 글들이 빼곡하다. 내용도 하나같이 음악에 대한 호평과 멤버들을 향한 애정 어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정상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질주하던 이들이 정점을 찍은 사건은 2017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입성이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앨범 및 디지털 노래 판매량과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지수 등의 데이터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최종 수상자를 가리는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자로 방탄소년단이 선정된 것이다. 2010년 신설된 이 부문에서 수상자는 줄곧 저스틴 비버였다. 올해 후보도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셀리나 고메즈, 숀 멘디스 등이었는데 이들을 제치고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들은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해 수상소감을 발표했는데,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팬들의 함성이 커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소형 기획사의 기적, 아이돌계 역사로 남을까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이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위). 9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합동 공연을 선보였다.[동아 DB, 뉴시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여러모로 의미를 가진다. 국내 아이돌업계는 SM, JYP, YG 등 국내 3대 대형기획사의 탄탄한 뒷받침에 힘입어 데뷔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인기 아이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소형 기획사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아이돌을 배출하기 힘든 구조다. ‘EXID’처럼 행사장에서 찍힌 동영상 하나가 화제가 돼 음반차트 역주행을 하지 않는 이상 그룹명을 알리지도 못한 채 데뷔 2~3년 만에 사라지는 아이돌그룹이 부지기수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이번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전에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번은 하고 해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들 역시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했다.

이런 가운데 방탄소년단은 대형기획사 아이돌그룹의 행보를 좇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글로벌 아이돌로 우뚝 섰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성공을 두고 ‘SNS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이상하리만치 거세게 불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완성도 높은 앨범과 완벽한 무대 퍼포먼스가 방탄소년단의 인기 원인이라고 설명하기에도 부족함이 있다.

분명한 건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며 계속 성장하는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히트곡 제조기인 방 대표와 실력 있는 신진 작곡가들의 곡을 받으며 퍼포먼스에 능한 아이돌그룹으로 머무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멤버 각자가 작곡과 작사, 편곡에 의견을 개진하고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 걸음씩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인기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그래서 더욱 방탄소년단의 미래가 기대된다. 방 대표는 이들에게 ‘초심을 지키지 말라’고 주문했다. 데뷔 초 햇병아리 시절에 가졌던 꿈과는 다른 큰 꿈을 가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랩몬스터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 위치에 걸맞은 마인드를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슈가도 “초심을 잊고 건방져도 된다는 얘기가 아닌, 상황에 맞게 멋진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그러면서도 대표님은 음악에 있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곤 한다”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1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